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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104

별 하나 달 하나 별 하나 달 하나 권말선 누구의 그림인가...... 까만 서쪽 하늘엔 씻은 듯 맑은 얼굴의 별 하나, 달 하나 그렇게 둘 뿐이다 먼, 먼 공간의 거리 검은 여백으로 펼치고 희끄름 산그림자 한 줄 들러리 삼아 더 가까워지지 못함을 아쉬워 하면서도 이만큼의 거리가 차라리 나은거라고 애써 미소 지으며 그윽히 바라보는 정 깊은 두 눈빛! 까만 밤 하늘엔 떨어져 있어 아름다운 별 하나 달 하나 그렇게 둘이 있고, 어두운 이 거리엔 떨어져 있어 아쉬운 당신과 나 이렇게 둘이 있다. 2014. 3. 18.
4살의 겨울 4살의 겨울 권말선 눈이 많이 내려서 시골쥐가 마당에 동글동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와! 여우는 눈사람이랑 눈싸움도 하네요. - 나도 눈사람 만들고 싶은데! 조금 있으면 날씨가 더 많이 추워져서 눈이 펑펑 내릴거야 그러면 우리 나영이도 밖에 나가 눈사람 만들 수 있어요. - 지금도 추운데 눈이 안왔어! 눈이 안와서 서운했구나, 빨리 눈사람 만들고 싶어요? - 나도 장갑끼고 눈사람 만들어서 예쁜 눈도 붙여 주고, 코도 만들어 줄건데! 그래? 눈 많이 오면 나영이도 엄마랑 아빠랑 예쁜 눈사람 만들어 보세요. 그럼 우리 오늘은 동그란 공으로 알록달록 눈사람 만들어 볼까? - 근데 선생님, 눈은 언제 와요? 빨리 오면 좋겠다! 2014. 3. 18.
눈 쌓인 풍경 눈 쌓인 풍경 권말선 밤사이 함박눈 내려 쌓이면 마을은 그대로 한 폭 그림이 된다 마당을 조심스레 나와 골목에 서서 휘- 고요에 묻힌 마을을 둥글게 둘러 보며 하얗게 정지된 온 세상을 욕심껏 가슴에 그려 담는다 굴뚝의 연기 발자국 한 점 없는 눈밭 웅크린 낮은 산의 굴곡 시리고 하아얀 무게를 견디는 고목들 그리고 그 속의 나 얕은 산 아래 소박한 마을의 눈 쌓인 풍경은 지울 수 없는 아련한 한 점 그리움이다 2014. 3. 17.
어느 눈 내리던 날의 기억 어느 눈 내리던 날의 기억 권말선 한겨울, 새벽인데 잠에서 깼다. 그대를 만나기로 약속된 날 설렘을 못이겨 혼자 몰래 마당으로 나왔다. 아, 차갑고도 따뜻한 기운! 세상이 두껍고 하얀 담요 아래 고요히도 잠들어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길을 걸어 가로등 환한 그 아래에 섰다. 눈은 아직도 모자라단 듯 소록소록 내리고 내리고 또 쌓였다. 불빛을 가만히 올려다 본다 비밀을 들킬새라 하늘은 아득한 곳으로 달아나 버리고 눈송이만 보송보송 연신 내렸다. 그 날은 새벽부터 몹시 설레었고 꿈에도 그리던 그대를 만났으리라 우리는 영화를 보았거나 산책을 했거나 차를 마셨으리라. 허나 세월 지난 오늘에 와 기억 남는 건, 가로등 붉은 빛 사이를 무심히 흔들리며 천천히 내리고 내리던 하얀 눈송이 눈송이들 뿐. 2014. 3. 17.
푸른 밤 푸른 밤 권말선 비밀 하나 알려 줄께 있잖아... 노을이 오지 않은 어느 날의 초저녁 하늘 빛은 푸름이야 하늘 가에 멋대로 뻗친 나뭇가지는 푸름에 지친 검정이고 흠뻑 물 먹은 물감을 후우 불면 도화지 가득히 퍼지는 색깔처럼 푸름은 하늘 가득히 와르륵 번져 나가지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젖히고 저녁 하늘을 보면 짙은 푸름은 점점 짙어지고 더욱 짙어져 꿈결처럼 아득히 사라지는 짙푸름이 되는거야 비밀 하나 알려 줄께 삼십몇년만에 딱 한 번 초저녁 하늘 빛이 파아랗게 피어난단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인거지! 저기 바로 저-기서 시작되는 푸름을 보렴 아...! 실은 나도 처음 보는 푸른 밤이야 참, 파랗구나 파아랗구나 2014. 3. 17.
서른아홉 서른아홉 권말선 내 나이 서른 하고도 아홉 봄날의 따사로움의 소중함을 알고 여름을 견딜 수 있게 되었지 맘 휘둘리지 않고도 그대로의 가을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겨울은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 시간과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있고 고통도, 기쁨도 삶 속에 범벅이 된 채 언젠가는 지나가고... 마침내는 또 다른 환희가 오리란 걸 조금씩 깨닫게 되는 나이 조급한 기다림과 안달했던 감정에 여유를 물들이려 하늘과 산과 꽃들에 마음 기대어보는 나이 손가락 사이로 스륵 빠져나가는 찰랑대던 어린 날의 환상과 소심하게 혹은 대담하게 선택하며 살았던 젊은 날의 열기와 이제는 아쉽지 않게 악수하며 이별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더 많은 추억을 회상할 늙은 어느날을 위하여 다시금 멋진 이야기들을 준비해야 할 나이. 2014. 3. 17.
펌) 낭송시 인터넷을 떠돌다 퍼옴. 헉! ^^; http://blog.naver.com/happysh29/150035144603 2014. 3. 17.
환영 환영 권말선 언제나 거기, 그리움과 외로움의 긴 언덕 끝에서 맹수의 고독같은 먼 눈빛으로 바라만 보시더니 어쩌면 오늘은 햇살처럼 따스하게 팔벌리고 서 있네요 내 앞에 이렇게 가까이서! 2014. 3. 17.
산책길 산책길 권말선 아침마다 걷는 좁은 길 이슬맺힌 잡초 사이로 가는 도랑이 흐르는 다리 건너 사람들 가꾸는 채소밭 가운데로 누런 벼 익어가는 논두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없이 혼자서 걸어 보는 길 그대와 손잡고 오늘은 걸어봤으면 햇살 따스하고 풀내음 정겹고 잠자리 쉬어 날고 풀꽃이 춤추는 나의 산책길 때로 조금은 외로운 길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