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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평화협정 체결이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한 가지'

by 전선에서 2017. 6. 19.

'평화협정 체결이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한 가지'

<분석과전망>, 한쾌로 그리고 빨리 가자는 것인 듯



 

1.5트랙. 북미가 대결전 과정에서 자주 운용하는 협상테이블이다.

 

'북은 비핵화가 테이블 위에서 완전히 치워졌다고 했다'

지난 5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1.5트랙에 참여했던 미 브루스 클링너 헤리지티재단 선임연구원이 최근 언론에다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제안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도 했다. 탄식처럼 들린다.

 

미국 내 대북강경파들을 대변하는 만큼 클링너는 난감했을 수도 있다. 클링너는 북 대표들에게 압박과 군사력 강화, 미사일 방어망 확충 등을 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북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미국의 추가 압박과 제재에 직면할 뿐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저런 제안을 했었지만 북 대표들이 단칼에 일축해버렸다고 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한 가지 선택 밖에 없다"

클링너의 전언에 따르면 북측 대표들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결론은 그러했다.

 

모양상으로만 보면 단호하고 깔끔하다. 북은 비핵화는 완전히 물 건너 갔다는 것 그리고 6자회담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러 의견을 내는 것 등으로 시간을 끌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했다.

 

협상 관련해 북은 그처럼 한 치의 틈도 내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북이 협상을 안 하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여길 전문가들은 없다. 북은 이른바, 한 퀘로 가자고 통 크게 가자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스톡홀름 1.5트랙에는 이 말고도 특기할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1.5트랙 참여국이 2자가 아니라 4자라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도 참가했던 것이다. 북 미 중 어느 나라의 의도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북미와 한중 등 4자가 북핵문제를 가지고 1.5트랙에서 마주 앉았다는 것은 쉽게 넘어가도 될만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북미협상이 속도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북의 의도라면 한국의 새정부에 대한 배려처럼 보이기도 하다.

 

스톡홀름 41.5트랙은 북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료하게 확인했다는 것과 더불어 이처럼 이후 북미협상이 곡절이 동반될 수는 있지만 속도 있게 진행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스톡홀름 41.5트랙에 문재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의 제언을 결부시켜서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문 특보는 16일 미국의 한 토론회에 참여해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북은 핵미사일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으로 협상을 해야한다는 제언을 했다.

 

문 특보의 제언은 미국과 한국 전 정권들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북접근법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문 특보의 제안은 미국의 대북강경파들은 물론 북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제언이다. 비현실적 제언인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언의 현실성 여부가 아니다. 문 특보의 제언에는 이후로 있게 될 북미협상에 존재감 있게 참여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머지않아 북미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서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정치태세이다.

 

북이 비핵화 관련 협상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평화협정을 강조했다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자주 확인되는 북의 대미압박이다.

 

미국은 현실적으로 북의 그 대미압박을 무턱대고 무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북이 자신의 그 입장과 태도를 관철시킬만한 현실적 방도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 대표들이 "ICBM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으며, 더욱 다양하고 정밀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북의 그 위협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도 비난하고 규탄하고 말 그런 문제도 결코 아니다. 매우 중요한 현실이다. 협상은 현실로부터 출발하며 현실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의 그 입장과 태도는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북미협상을 코 앞에 두고 구사하는 협상력이다.

 

6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많은 사람들이 확인되게 될 한미 간 불협화음, 그리고 그 직후에 그것까지 감안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의 단호하고 깔끔할 입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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