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과 4대강
권말선
주차장이나 하게 두지, 뭐람
나뒹구는 시멘트 조각 걷어내고
돌맹이 모아 울타리까지 둘러가며
누군가 애써 만드는 꽃밭
그걸 보며 구시렁거렸었지
한 해 두 해 지나며 푸름이 더해져
꽃들은 뿜빠뿜빠 호박벌은 둥기둥기
울타리콩 으쌰으쌰 온갖 나비 댕겨 가는
예쁜 정원 생겨났지, 스산하던 골목에
누군가의 향기로운 꿈이
꽃과 벌레의 낙원 되었을 때
나의 명박스런 이기심은
쨍그랑챙챙 깨져 나갔지
단지 꽃씨를 뿌렸을 뿐인데
푸름은 더 짙은 푸르름을 낳고
꽃들이 향기를 낳고
꽃향기 벌 나비 불러 오는
오, 찬란한 생명의 번짐이여!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갖가지 생명 품어 안고
한결같이 흐를 때야 몰랐지
강이 숨 쉼으로 내가 사는 이치
명박이 탐욕에 물길 갇히고
녹조라떼에 중독된 후에야
생명 가진 것들 눈도 못 감고
죽어 나가는 걸 원통해 했지
명박이 탐욕 감옥에 가두고
갇힌 물길 터쳐야지 살릴 텐데
그나마 남아있을 여린 생명들
하나라도 더 구해낼 수 있을 텐데
모래알 스스스 노래하며 쓸려 가고
자갈돌 뽀득뽀득 온종일 세수하고
어린 물고기 해지는 줄 모르게 뛰노는
때 되면 철새들 끼룩끼룩 돌아오는 곳
어여 다시 되돌려야지, 우리들 맑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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