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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본격화된 개혁진영의 대권레이스

by 전선에서 2015. 12. 28.

본격화된 개혁진영의 대권레이스

<술집단상>개혁진영의 대권 후보를 놓고 벌이는 아름답지 못한 풍경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혁진영이 시끄러워서다. 안철수의원이 탈당을 하고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어지럽다고도 할 수가 있다.


개혁진영의 재편이라고 하지만 개판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립도 분화도 아니고 분열조차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면 될 일이기는 하다.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가지고 관훈클럽 같은 데서 어깨에 잔뜩 힘 주고 얘기하는 것은 싱거운 일이다.

태권도는 잘 알지만 정치는 잘 모르는 문대성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얘기가 있다. 온갖 거짓이 난무하고 개인영달을 위한 모함이 판치는 곳이 정치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정치얘기를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곳이 술집인 이유다. 술상에 나오는 안주보다 더 기막힌 안주가 정치다.

삼겹살에는 물론이고 청양고추 썰어 넣은 두루치기나 제대로 삭인 홍어하고도 맞짱을 뜰만하다. 술집에서야 정치는 비로소 뺏지를 내려놓고 쫄깃하거나 제대로 익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준다

그것에 이런 저런 양념을 따로 만들어 버무리면 안주는 보기 좋게 완성이 된다. 특정한 부분을 크게 늘이거나 왜곡을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술집의 특권이고 술판의 장점이다. 정치는 그렇게 해서 제대로 씹으면 된다.


밤 새워 마셨다. 한참을 듣고 맞 받아 치고 떠들다 보니 날이 휘부윰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술집답게 답은 쉽게 쉽게 확인되었다. 주인장 여자가 안주를 나를 때마다 답들은 삼겹살처럼 겹겹이 밝혀져 켜켜히 쌓였다.

 

안철수가 광장으로 나간 이유. 복잡할 것이 없었다. 대권 때문이라는 것 훤히 보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개혁진영의 대권을 잡기 위해서였다. 안에 있어봤자 불가능해서였다. 새정련에 있어봤자 개혁진영의 대권후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그는 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안되면 박원순 시장으로 넘어갈 것이 훤히 보였던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김무성 대표와 붙기 위해서 광장으로 나간 셈이다. 김무성에게 문재인은 필패라는 판단이 그것에는 크게 작용을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현 듯, 지난 대선을 떠올렸다.

문재인에게 대권기회를 넘겨주고 나서 보인 그의 행보는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만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그의 표정은 밝지가 않았다. 떨떠름함이 얼굴과 걸음걸이 곳곳에 역력했다. 결기를 찾아볼 수도 없었다. 대선이 끝난 날, 미국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말던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 차기를 노리는 전략적 태세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이 되는 것보다는 박근혜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환경이 된다는 판단을 그가 했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검사에게서도 그런 얘기는 나왔었다. 최근 SNS상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의 광장행은 그렇다면 그때부터 설계했던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셈이다. 새정련 안에서 개혁진영 대권을 장악하면 좋지만 그게 안된다 하더라도 광장으로 나가 중원을 장악하는 것을 통해 개혁진영의 대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새정련의 총선 결과는 매우 중요해진다. 총선 승리가 아니라 패배여야한다. 새정련의 총선 승리는 자신이 개혁진영에서 대권후보가 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정치환경이기 때문이다.

광장에 나온 그는 새정련이 왜소해져 패배하기를 지켜보면 된다. 자신은 비문세력들을 끌어들여 교섭단체만 유지해도 남는 장사가 된다.

 

그는 새누리의 장기집권전략에 대해서도 관심 밖일 것이다. 총선에서 압승을 하고 이를 통해 대선에 승리한 다음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전략이다.

새정련의 총선 패배가 자신의 집권이 실현되었을 때 식물정권을 강제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것은 그에게 중요치 않다. 야권 전체적으로는 개헌저지선만 지키면 된다. 그는 자신이 개혁진영의 대권주자가 되어 김무성과 맞붙어 이기면 된다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다. 옛날 식 표현이지만, 닥치고 대권후보인 셈이다.

 

서빙 아줌마가 알아서 날라주는 시금치나 파절이 같은 안주들만큼이나 소소한 것들도 다 밝혀졌다.

김영삼이나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을 흉내 내는 것이지만 그게 되겠어. 게는 초짜야

안철수의 중원전략에 대한 평가였다.

 

중원장악 전략은 개혁이 분단체제 특성상 자체적으로는 수권을 할 수 없는 데에서 나온 수권 전략이다. 김영삼의 3당합당이나 김대중의 DJP연합 그리고 노무현의 정몽준과의 연합 등이 그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중원장악 전략의 공고성은 어떠한가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도 확고하지도 않다. 안철수를 따라가는 의원들이야 공천 때문에 따라가는 이익행이지 가치를 위한 행보가 결코 아니다.


안철수의 개혁노선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그것들과 등치시킬 정도의 공고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새정치로 자신의 개혁노선을 담보하려고 했지만 안철수 새정치는 이미 오래 전 허상임을 대중적으로 폭로당한 상태다.


안철수의 개혁노선 내지는 중원장악 전략은 기존에 있어왔던 제3지대론과 본질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양상이나 규모에 있어서만 조금 다를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제3지대는 독자적인 영역구축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분단체제여서다.


갸가 느닷없이 낡은 진보 청산이니 뭐니 하는 것을 강조하는 거 말여. 그거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여

안철수의 낡은 진보 청산론이 종북공세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는 망치 피하려다 도끼 맞는 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일상시기에 분단체제를 유지하고 반북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운용되는 정치기제가 종북공세다. 하지만 선거시기에는 다르다. 선거전략상 개혁진영을 공격하고 무당층을 흡인하는 선거기제로 설정되는 것이 종북공세인 것이다.

 

개혁진영은 그 종북몰이에 대해 일반시기 때도 선거시기 때도 침묵으로 대응한다. 이른바, '무대응 전략'이다. 분단체제와 정면에 맞서서는 정치운용에서나 선거전략상에서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해서다.

이때 개혁은 '현실정치'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전형적인 수세다.

 

아주 간혹 이지만 침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문재인이 천안함 사건을 두고 북한 소행이라고 한사코 강조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문재인의 북한 공격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소재로 삼아 종북공세를 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칼끝을 무디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수세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와 비교하면 안철수의 낡은 진보 청산론은 모양새는 일단 공세적이다. 종북 프레임에 단순히 안 걸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 종북프레임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이 그것에서 읽힌다. ‘내가 개혁의 대권을 잡았을 때 니들이 나의 왼쪽을 칠텐데 그 구실을 미리 없애고 난 무당층이나 니들의 왼쪽을 치고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형식논리일 뿐이다. 안철수가 말하는 낡은 진보 청산론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새정련의 약점이라는 배타성, 무능력성, 불안정성, 무비전성은 진보담론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야성을 상실한 여러 폐단과 문제일 뿐인 것이다. 더구나 새정련을 진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새정련이 진보가 되는 경우란 새누리당이 공격을 할 때 사용하는 프레임 상에서 뿐이다.

 

낡은 진보청산론이 실체도 없는 것에 대한 공세라는 것 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박정권과 새누리당이 치려는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으로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현 시기 보수는 엄밀히 말해 존재하지 않는다. 박정권과 새누리가 보수의 가치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정권운용 및 정치행태는 보수가 아닌 독재와 부정의 그리고 상식파괴 불통의 영역을 관통하는 것들이다. 있다면 포박당해있는 상태로 대단히 미약한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승민의원이나 남경필 지사 원희룡 지사 정두언 의원 등이 그들이다.

 

진보 역시 정치세력화로 현실화 되어있지 않다.

 

박정권과 새누리가 있지도 않은 보수 대 진보프레임을 가져오는 것은 자신들의 반보수성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기제다.

 

안철수의 낡은 진보 청산론은 결국, 안철수가 종북 프레임에 벗어나려다 보진프레임에 말려들고 마는 것을 보여준다. 안철수의 낡은 정치 청산론이 위험한 결정적 이유가 이것이다.

 

끝 무렵 쯤 서빙 아줌마를 옆에 앉혔다. 술잔을 쥐어주며 당신은 어떻게 생각혀? 라고 물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넙대대한 그 아줌마는 물어볼 것을 예상을 했다는 듯이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거침없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나야 뭐 허경영이지요. 신곡 발표 기둘리고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안주를 챙기러 총총히 걸어가는 그녀에게서 읽히는 것은 뒷태만큼이나 또렷했다.

 

정치에 희망이 없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정치 행태의 전형이었다. 무당층 혹은 중원이 갖는 정치적 정체성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만만한 것은 홍어X만으로 족하는 것이구먼요...”

서빙 아줌마는 그렇게 일갈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술집에서 왁자한 정치수다는 그렇게 아침 앞에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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