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5.24조치 해제는 회담의 의제인가 조건인가?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북한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5.24조치 해제 그리고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등을 요구하는 등 남북대화의 당위성을 중심에 놓고 강조만 할 뿐 당국 간 대화요구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침묵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28일이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북한과의 비즈니스: 기회와 도전'에 참석해서다.
류 장관은 북한이 “조건을 달며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을 류 장관은 했다.
류 장관은 이어 북한을 자극할만한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도 한 것이다. 신년사를 언급한만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류 장관의 북한 질타는 남북대화와 관련하여 남과 북의 입장차이가 나는 사안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다.
그 중에 하나 짚어볼 수 있는 것이 5.24조치 해제문제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5·24 조치가 해제된다면 활발한 남북교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류 장관의 28일 발언에 나오는 내용이다. 류 장관의 이 언급에는 5.24조치에 대한 우리정부의 두 가지의 중요한 입장이 담겨져 있다.
5·24 조치가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장애라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5.24 조치 해제문제가 남북대화에서 다루어야하는 의제라는 것이다.
이 언급은 5.24조치에 대해 남북 간이 갖고 있는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을 선명히 보여준다.
공통점은 5·24 조치가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라는 것에 남과 북이 공히 같은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5.24 조치 해제문제가 남북대화에서 차지하는 위상문제에 대해서는 선명히 다르다.
5.24조치 해제문제를 우리정부에서는 남북대화에서 다루어야하는 의제로 북한에서는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
대화를 통해 남북 간에 모든 문제를 폭넓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변함없는 기본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5.24조치 해제문제는 남북대화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다르다.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 중에 하나로 북한은 5.24조치를 꼽고 있다.
남북사이의 통일행사, 남북 간의 역사유적 공동발굴, 남북 간의 학술토론회, 남북 간의 사회문화교류사업 그리고 남북 간의 금강산관광. 이 모든 것들이 차단된 것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 5.24조치 때문이라는 주장을 북한은 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사안의 최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산가족상봉사업 역시도 5.24조치가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5.24조치 해제 문제를 남과 북이 회담에서 다루어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남북대화를 하는 데서 선차적으로 우리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할 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우리정부가 5.24조치를 놔두고 이산가족상봉사업을 하자는 것에 대해 일정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해의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해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남북 간의 시도가 활발했던 2월이었다. 그때 이루어졌던 그 이산가족상봉사업은 그러나 남북관계개선에 도움이 전혀 못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산가족상봉 사업이 남북관계개선에서 차지하는 의의가 살려지지 못하고 일회적인 즉 이벤트 사업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는 북한만의 문제의식은 아니었다. 남북 간의 대화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에 와서 쉽게 간과할 수 없어하는 지난해의 씁쓸했던 추억이 바로 그것이었다.
객관적으로만 접근해보면 그 사안들이 갖는 쟁점으로서의 첨예함이 누그러지지 않고서는 남북대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고도 할 수가 있다.
전문가들이 5.24조치 해제문제를 비롯하여 남북 간에 첨예한 쟁점들이 조성시키고 있는 정세구도가 그 어떤 더 큰 전략적 정세구도에 의해 깨지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개선 사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과 없이 끝나고 말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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