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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꿀에 대한 찬양, 고무

by 전선에서 2015. 1. 8.





꿀에 대한 찬양, 고무

 

 

               권말선


마을리장연합 통일마련대회의’ 때문에 

첫새벽 장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까부터 눈 빠지게

실겅 위 꿀단지만 쳐다 보고 있어요.

 

아버지가 오시면 그 때 같이 먹자

어머니는 다짐을 하며 밭에 가셨어요.

 

얼마 전 꿀을 먹어 봤다던 옆집 영희는

꿀이 엄청 달고 향기도 끝내줘!”

손뼉을 짝! 치며 꿀 젖은 눈을 빛냈지요.

 

아버지 회의가 빨리 끝나고

아버지 먼 길을 부지런히 걸어

아버지 성큼성큼 대문을 들어오시면

깡충깡충 뛰어 반기며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저 맛난 꿀을 먹어야지

꿀단지에 살짝 흘러내린 꿀을 보며

혼자 실실 웃어도 보고

꼴딱, 침도 삼키며

아버지 어머니 오시기를 기다렸어요.

 

추울 땐 호르륵 꿀차 마시고

출출할 땐 가래떡 콕 찍어먹고

심심할 땐 한 숟갈 푹 퍼 먹고

오메, 얼마나 달달하니 맛날까

 

...

먹고 싶다

...

향기도 좋다지?

꿀단지에

슬쩍 손가락 넣어볼까

아니아니, 아버지 어머니 오시면!

 

나는 저 꿀이 정말정말 좋아라!

 

아직 아버지도 아니 오시고

어머니도 아니 오시고

빨리 모두 모여

저 맛난 꿀을 먹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꿀꿀거리며

꿀단지 옆을 서성이는 나를

누군가 째려보는 듯 기분 나쁜 느낌,

귀한 꿀단지 몰래 훔쳐가려

제 맘대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꿀단지보안법이란 것이 있다던데

나의 이 달달한 꿀사랑이 마뜩찮은 놈들이

꿀에 대한 찬양,고무라며

경찰 출동시키고

꿀단지 근처엔 얼씬도 말라고

몽둥이 흔들어가며 겁을 주는 건 아니겠지요?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따뜻한 아랫목에 둘러 앉아

다음엔 더 큰 꿀단지에

더 향기롭고 맛난 꿀 모으자는

아버지 어머니 얘기에 귀 쫑긋 세우고

맛난 꿀 곁들여진 밥 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요!

 

한여름 알뜰히 모아 둔 보물

우리집 향긋한 행복인 꿀단지를

탐내고 깨트리려 수작부리는

꿀단지보안법 나빠요, 너무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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