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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되돌아본다

by 전선에서 2014. 11. 6.






되돌아본다

 

         권말선


 

그대가 처음 내 이마에

살짝 입 맞추었을 때

화산이 터진 듯 뜨거웠고

지진이 난 듯 자르르 떨렸지

뜨끈한 진동이 멈추질 않아

그대 입술이 머문 자리를 짚어봤지만

내 이마는 멀쩡해서

구멍도 떨림도 없었더랬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었지만

설레던 날이었어

 

그대는 내 웃음이

밝고 환한 웃음이 좋다 했지

크게 웃으면 사랑스럽다 했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었지만

설레던 날이었겠지

 

사랑에 깊이 빠졌지만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이

두렵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

나를 향한 그대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낄 때가 있어


문득 예전이 

그리워지면

 

아직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던

조용히 설레던 날들이 있었음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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