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다
권말선
그대가 처음 내 이마에
살짝 입 맞추었을 때
화산이 터진 듯 뜨거웠고
지진이 난 듯 자르르 떨렸지
뜨끈한 진동이 멈추질 않아
그대 입술이 머문 자리를 짚어봤지만
내 이마는 멀쩡해서
구멍도 떨림도 없었더랬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었지만
설레던 날이었어
그대는 내 웃음이
밝고 환한 웃음이 좋다 했지
크게 웃으면 사랑스럽다 했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었지만
설레던 날이었겠지
사랑에 깊이 빠졌지만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이
두렵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
나를 향한 그대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낄 때가 있어
문득 예전이
그리워지면
아직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던
조용히 설레던 날들이 있었음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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