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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꼭두각시인형, 줄을 끊자

by 전선에서 2014. 12. 11.




꼭두각시인형, 줄을 끊자

- 익산 통일콘서트 폭탄테러 오 모군 사건을 보며

 

 

나도 세뇌의 보기 좋은 결과물이던 시절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은혜로운 땅'에

태어났음을 감사했지

뿔 달린 머리, 새빨간 얼굴의 사람들 따위

비상식적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소중한 내 형제 우리 민족인 건
생각지 못한 바보였었지

 

그래, 나는 꼭두각시인형이었어

머리는 돌처럼 굳어지기 일보직전이었고

팔다리 관절은 보이지 않는 줄에 매달려

그들의 조종을 받고 있었지

‘생각하지 마라

이리로만 가라

저리로는 가지 마라

멀리 눈 돌리지 마라

네 코앞만 보아라’

나를 움직였던 건

분단에서 자라난 정치, 언론 그리고 자본

그 속에 교묘히 발톱을 숨긴 제국주의 

촘촘한 그물에 갇혀 살았지

갇힌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내 아들 또래인 그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신의 주인일까

아니면 내가 그랬듯 

그물에 갇혀 버린 꼭두각시인형일까

 

분단의 괴물이 우리 땅에 70년을 버티며

노년에겐 평생 실향의 아픔을

중년에겐 종북, 빨갱이 올가미를 

급기야 청년, 학생들에게는

눈 먼 증오를 강요하는

이 참담함을 어찌할까

 

제 형제를 찌르고 죽이라는 것이 맞는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 맞는가

이 간단한 물음만 생각한다면

저 뒤틀린 줄을 끊고

온전한 우리 자신으로 설 수 있을 텐데

 

우리를 갖고 놀던 그들, 분단의 괴물들에게 

아이야, 네 팔에 걸린 줄 끊어내는 날

우리 같이 돌팔매 실컷 날려주자

다시는 우리를 가둘 수 없도록

다시는 우리 민족 가를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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