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인형, 줄을 끊자
- 익산 통일콘서트 폭탄테러 오 모군 사건을 보며
나도 세뇌의 보기 좋은 결과물이던 시절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은혜로운 땅'에
태어났음을 감사했지
뿔 달린 머리, 새빨간 얼굴의 사람들 따위
비상식적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소중한 내 형제 우리 민족인 건
생각지 못한 바보였었지
그래, 나는 꼭두각시인형이었어
머리는 돌처럼 굳어지기 일보직전이었고
팔다리 관절은 보이지 않는 줄에 매달려
그들의 조종을 받고 있었지
‘생각하지 마라
이리로만 가라
저리로는 가지 마라
멀리 눈 돌리지 마라
네 코앞만 보아라’
나를 움직였던 건
분단에서 자라난 정치, 언론 그리고 자본
그 속에 교묘히 발톱을 숨긴 제국주의
촘촘한 그물에 갇혀 살았지
갇힌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내 아들 또래인 그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신의 주인일까
아니면 내가 그랬듯
그물에 갇혀 버린 꼭두각시인형일까
분단의 괴물이 우리 땅에 70년을 버티며
노년에겐 평생 실향의 아픔을
중년에겐 종북, 빨갱이 올가미를
급기야 청년, 학생들에게는
눈 먼 증오를 강요하는
이 참담함을 어찌할까
제 형제를 찌르고 죽이라는 것이 맞는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 맞는가
이 간단한 물음만 생각한다면
저 뒤틀린 줄을 끊고
온전한 우리 자신으로 설 수 있을 텐데
우리를 갖고 놀던 그들, 분단의 괴물들에게
아이야, 네 팔에 걸린 줄 끊어내는 날
우리 같이 돌팔매 실컷 날려주자
다시는 우리를 가둘 수 없도록
다시는 우리 민족 가를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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