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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인권고발

by 전선에서 2014. 12. 5.




인권고발

 - 12월 10일은 국제인권기념일, 우리의 인권을 돌아본다


               권말선


 

지하 셋방 싸늘한 밥상 위엔 

밥 대신 죽음이 깃들고

노숙자의 신문지 홑이불에 

애초부터 온기란 없었으며

떡볶이 장사 리어카는 

용역깡패 주먹질에 곤두박이 쳐졌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 아비는 

노동현장 아닌 고공철탑 위로

송전탑으로부터 고향을 지키려는 할매는 

땅 구덩이 속으로

아파트 경비의 짓이겨진 자존심은 

화마 속으로 쫓겨났다.

 

대학에선 교수가 예배당엔 목사가

직장의 상사가 군대의 상관이

찐득거리는 손길 음탕한 눈빛으로 

영혼을 파괴하는 성추행 일삼아도

피해자의 고통은 쇳덩이지만 

가해자의 죄는 깃털보다 가볍다.

 

꽃잎 같던 자식 잃고 

애간장 녹아내린 부모들 앞에

진실이 다 뭐냐며 배부른 돼지나 되라고 

사촉하는 권력은

무릎 꿇고 빌어도 한겨울 천막에서 몸을 떨어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름다운 강토는 썩은 사대강에
원전에 미군기지에 신음하고
일본 방사능 오염된 시멘트, 수산물
무차별 수입에 국민건강 통째로 위협받고
삐라풍선 군사훈련 종교등탑에
전쟁날까 두려운 무지막지한 세월

농부는 FTA 검은 마수에 휘둘려
자식같은 쌀 배추 갈아 엎었고
어구, 어장 도둑맞은 어부 

바다보다 짠 눈물 흘리다 일터를 등졌다.

농부, 어부가 피 흘리며 떠난 논밭과 바다
비싼 피값의 미국산 무기만 차곡차곡 쌓이겠지

 

학생들 따뜻한 점심 한 끼 주는 것도 아까워하다니

왜 우리를 이렇게 천하게 대하는가

누가 우리를 이토록 짓밟는가

 

제 민족에 대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하면

너도나도 몰려들어 

종북, 빨갱이라 악다구니 치며

죄의식도 없이 매도하는 

저 뒤틀린 손가락과 입방아들

 

왜곡하고 조작하여 

간첩을 만들어 내고

미행하고 감시함으로 

인간의 삶을 서슴없이 조각내고

협박하고 폭행하며 

정의를 겁탈하는 부정한 권력

 

우리의 노동을 빼앗아 

부자의 배를 채우고

우리의 입을 막고 펜을 꺾어

너희 부정을 가리고

우리의 배를 갈라 

상전의 나라에 내장이라도 바치려는가

 

돈에 짓밟히고 힘에 눌리다가

거대 권력에 뭉개지는 서민의 삶

이것이 오늘 우리 인권의 참상이다.

 

부끄럽다, 이 나라여

누가 누구를 탓하는가

미국놈 하잔다고 

덩달아 삿대질 말고

지금은 그 손 활짝 펴서

우리 자신을 껴안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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