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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어머니께

by 전선에서 2015. 1. 14.






어머니께

 

 

              권말선



어머니 기억 속에 희미하게

제 수첩 한 켠에 짤막하게

남아 있는 분래 이모는

꽃다운 열다섯

끌려간 지 한 달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지요,

화병 난 외할머니는

침술도 효험없어 결국 돌아가시고

그러고 몇 달 후

해방이 되었다 하셨지요

 

어머니,

분래 이모를 끌고 간

그 자 이름이 무엇입니까?

오카모토 혹은 마사오

그런 식의 이름 아니던가요?

 

어머니,

분래 이모를 끌고 간

일제에 맞서 총칼 들고 싸워

나라를 구한 이는 누구였나요,

그 이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어머니, 기억나시지요?

어머니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

어머니가 해방을 맞았을 때

그 때 어머니 조국은

갈리워지지 않은 땅,

조선이었습니다

 

미제가 갈라놓은 어머니의 나라

우리민족끼리 당당히 하나로 합쳐

다시는 아무도 갈라놓지 못하고

열다섯, 스물다섯 어느 누구라도

맘껏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그런 조국을 갈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살게 하고 싶습니다

 

조선 땅 곳곳에

꽃으로 피어나다 스러진

분래 이모와 하많은 소녀들

맺힌 한도 풀어 주어야지요

 

어머니의 조국을 짓밟은 일제를

어머니의 조국을 갈라놓은 미제를

미워하는 까닭입니다

 

통일을 그리워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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