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권말선
어머니 기억 속에 희미하게
제 수첩 한 켠에 짤막하게
남아 있는 분래 이모는
꽃다운 열다섯
끌려간 지 한 달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지요,
화병 난 외할머니는
침술도 효험없어 결국 돌아가시고
그러고 몇 달 후
해방이 되었다 하셨지요
어머니,
분래 이모를 끌고 간
그 자 이름이 무엇입니까?
오카모토 혹은 마사오
그런 식의 이름 아니던가요?
어머니,
분래 이모를 끌고 간
일제에 맞서 총칼 들고 싸워
나라를 구한 이는 누구였나요,
그 이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어머니, 기억나시지요?
어머니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
어머니가 해방을 맞았을 때
그 때 어머니 조국은
갈리워지지 않은 땅,
조선이었습니다
미제가 갈라놓은 어머니의 나라
우리민족끼리 당당히 하나로 합쳐
다시는 아무도 갈라놓지 못하고
열다섯, 스물다섯 어느 누구라도
맘껏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그런 조국을 갈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살게 하고 싶습니다
조선 땅 곳곳에
꽃으로 피어나다 스러진
분래 이모와 하많은 소녀들
맺힌 한도 풀어 주어야지요
어머니의 조국을 짓밟은 일제를
어머니의 조국을 갈라놓은 미제를
미워하는 까닭입니다
통일을 그리워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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