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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1-미국의 대 쿠바 적대정책의 실패

by 전선에서 2014. 12. 19.

1-미국의 대 쿠바 적대정책의 실패

<분석과전망>미국-쿠바 국교 정상화의 의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다. 1217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세계를 흔드는 사변이다.

 

미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정책을 구사한 것은 19611월부터였다. 피델 카스트로가 19591월 혁명을 통해 쿠바에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한데 따른 미국의 조치였다.

 

미국이 쿠바와 53년 간이나 지속되었던 대결전에 종지부를 찍고 국교정상화를 한 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미국이 자신의 대 쿠바 적대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고 언급하고는 "우리는 똑같은 정책을 계속 하면서 다른 결과를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실토를 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실의 성명을 통해서는 "미국의 쿠바 봉쇄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정적인 쿠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 쿠바적대정책이 "중남미 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까지도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 쿠바 적대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세계로부터 고립되었다는 것 등을 언급한 것과 달리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은 오히려 차분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같은 날 전국 라디오방송으로 중계한 특별 성명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밝혔으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체제의 자주성과 국가 주권에 대한 편견이 없는 기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미 쿠바 국교정상화는 사실상 미국의 패배를 의미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쿠바의 승리로 된다. 그렇지만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양국 간에 냉철하게 존재하고 있는 이 승패에 대한 모양새를 또렷하게 부각시키지는 않고 있다. 대신 부각되고 있는 것이 있다. 종교의 역할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카톨릭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바티칸은 이에 성명으로 화답했다. 의례적인 성명이 아니었다. 성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해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것이었다.

교황이 최근 몇 달 사이 미국과 쿠바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부 수감자들의 상황을 포함해 인도주의적인 문제와 관련된 공동 관심사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는 것이 그 하나였다. 교황청이 지난 10월 양국 대표단의 방문을 받고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건설적 대화가 가능한 사무실을 제공한 것도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고위관리자는 교황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양국 관계 정상화에 큰 자극과 동력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전문가들은 미 쿠바 관계정상화가 미국의 패배로 외화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종교를 통해 희석시키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한 정치력을 읽었다. 정치가 종교의 한 측면을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종교 역시 갈등을 조정하여 정치를 보듬는 듯한 태세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역사적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영국 언론 가디언이 이날 "교황청의 지난 30년간 외교 역사상 가장 큰 성과"라고 평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객관화하자면 정치와 종교의 융합 정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미 쿠바의 국교정상화 선언이 발표된 1217일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78번째 생일이었다는 점은 이를 대단히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 사업에 바티칸의 개입을 허용한 것은 패배의 양상을 희석시키려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쿠바 정상화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기류를 눅잦히게 할 수 있는 정치기제로서 종교를 개입시킨 것으로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쿠바 국민이 자유를 만끽하기 전에는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는 정상화는커녕 재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성명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준 또 하나의 사례"라며 베이너는 그렇게 주장했다.

 

반발은 공화당 잠룡 중에서도 나왔다. 쿠바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쿠바에 양보했다"고 비판하면서 주 쿠바 미국 대사관 개설 및 대사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결국 미 쿠바 관계정상화는 미-쿠바 대결전에서 미국의 대 쿠바 적대정책의 실패로 인해 미국의 패배로부터 비롯된 역사적 사변으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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