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미국의 주한미군철수론을 둘러싼 주한미군에 대한 세 가지 논점
‘전시작전통제권을 서둘러 넘기고 주한미군을 본토로 철수시켜야 한다’
주목할만한 내용이다. 문구만 놓고 보면 법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놓고 다투는 과정에 나올 법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했는지를 놓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것이 흔하게 있어서이다.
이 놀라울 듯이 보이는 주장이 나온 곳은 그러나 법정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연합뉴스 8월 8일자 보도는 따라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미국의 이러한 주한미군철수론은 8월 초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와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케이토연구소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기관이다. 필자는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이었다. 보수적인 인사이다.
밴도우는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데에서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글이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비판에 주요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것은 따라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밴도우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성공했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으나 여전히 미국의 안보공약과 군사요새에 의존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작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정부가 전작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고 미국에 맡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밴도우는 '복지의 여왕'(Welfare Queen) 이라는 문구까지도 동원했다. 미국에서 정부로부터 복지혜택을 받아 고급 승용차 캐딜락을 몰고 다니는 여성에게 붙이곤 하는 별명이다. 한국을 미국의 국방에 빌 붙어 있는 나라로 규정한 셈이다. 일희일비할만하다. 자주국방 능력을 인정해주는 데서는 ‘일희’, ‘복지의 여왕’이라는 데서는 ‘일비’이다.
밴도우는 “한국은 자국의 방어를 위해 필요한 군사력을 구축할 능력이 있다”면서 "이제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미국의 안보공약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글을 맺었다.
밴도우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같은 주장을 피력했었다. 당시 존 존슨 미 8군사령관이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주한미군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는 흐름은 밴도우 말고도 의외로 많다.
미국의 현직 육군소령에게서도 그러한 주장이 나왔다. 육사출신의 정보장교인 크리스토퍼 리가 그다. 지난 달 말이었다. 온라인 블로그에 '워 온 더 락스'(War on the rocks)라는 글을 통해서였다. "한국은 스스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검증된 동맹"이라며 "굳이 재래식 병력이 없더라도 미국의 확장억지력은 북한으로부터의 견고한 방위를 보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이유가 없으며 전작권도 서둘러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한미군철수 주장은 또 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클린트 워크가 지난달 초 기고한 글에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민주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미국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은 반 주권국가(semi-sovereign)로 남아있다"고 꼬집었던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와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러한 적지 않은 주한미군철수론에 대해 우리는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보아야한다는 뜻이다. 미국 일각의 주한미군철수론은 언뜻 보면 한국의 자주권을 강조해서 나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로 들어가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 속내에 꽉 들어차있는 것이 경제논리라는 것은 쉽게 감지된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파탄지경에 이르러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반적인 재정여건이 악화 되자 미국 보수진영일각에서는 이른바 ‘신(新) 고립주의’로 선회해야한다는 흐름이 꽤 비중 있게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신 고립주의란 미국이 대외문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특히 미군이 해외에 파병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해야한다는 것 등을 그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세분석가들이 “미국은 대 한반도 안보공약을 이행하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밴도우의 견해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국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주한미군철수론은 파탄에로 향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현상이다. 경제를 앞세운 논리인 것이다. 보수진영의 주한미군철수론이 미국의 개혁적 성향의 인사들이 주장하는 주한미군철수론과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근본 이유이다.
오바마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주류는 주한미군철수 문제나 전작권 문제를 대하는 데에 있어 경제논리가 아니라 안보논리를 주선에 세운다. 안보논리에 의하면 주한미군철수는 위험한 논리일 뿐이다. 지금껏 안보를 앞세운 논리가 주한미군 유지이며 전작권 연기였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이를 위한 한미일 3각군사동맹을 구축하는데 있어 핵심기둥을 주한미군 유지와 전작권 소지로 설정해왔었던 것이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보수진영 일각의 주한미군철수론에 대해 주류는 신속히도 강력한 비판을 들이댔다.
"미군이 1949년 한반도에서 임무를 끝내고 철수한 것이 북한과 소련에 남한을 침공하더라도 미국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해석됐다"
톰 니콜스 미국 해군대학 교수가 온라인 블로그 '더 워 룸'(The War Room)에 글을 올려 같은 곳에 실려 있는 리 소령의 주장을 그렇게 반박했다. 미군철수가 ‘북한의 남침’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니콜스 교수는 이어 미군철수가 중국의 확장 또는 위협전략에 대한 대응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덧붙혔다.
주한미군강화론도 그 뒤를 따랐다. 미국의 국방정책을 평가하는 국방패널(NDP)의 짐 탤런트 위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7일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한 미국 국방정책 관련 콘퍼런스 콜에 나와 유사시를 대비하여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아시아 역내 또는 미국 본토에 주둔한 미군 지상군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전개하는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타운대의 데이비드 맥스웰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미 연합방위능력의 향상을 위해 전작권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10월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노무현 정부시절 당시 양국이 상호불신과 경멸을 보이던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이뤄진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것들은 반북반공에 기초한 안보논리의 고전적 전형이다. 우리나라의 반북주의자들이 언제라고 앞세우고 강조하는 논리의 근원이 이것이다.
미국의 보수진영에서 일고 있는 주한미군을 둘러싼 논쟁의 논점을 추적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딱 한가지이다. 미국은 결코, 스스로는 주한미군을 철수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중요한 사실이다.
물론 미국경제가 완전 파산난다고 하면 미군철수가 이루어질 것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경제대국인 미국이 서서히 몰락할 수는 있어도 하루아침에 주저 않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군철수 그리고 전작권 환수는 그 무엇인가에 의해 강제되는 것임을 또렷히 보여준다. 2012년에 돌려주기로 되어있었던 전작권을 2016년으로 연기했다가 다시 2020년 뒤로 밀어두는 것도 이것이 아니고서는 이해될 수 있는 길이 없다.
보수진영 일각이 주한미군철수론을 경제논리에 입각하고 이에 맞서 주한미군유지.강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주류가 안보논리를 앞세우는 것과는 달리 우리사회의 자주평화통일진영은 통일논리에 근거해 주한미군문제와 전작권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국가의 자주성에 기초해서 출발시킨 논리이다.
자주통일진영은 주한미군철수 문제와 전작권 환수 문제를 기본적으로 국가성립의 최고 가치이자 조건인 자주성에 대한 문제로 본다. 자주통일진영의 논리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전작권을 찾아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은 국가의 자주성보다도 권력만을 중시하게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비극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자주통일진영은 우리 국가의 자주성이 참으로 비참한 위상에 처해있다는 것에 착목을 하면서 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다는 실천적이고 투쟁적인 입장을 오랫동안 그리고 특별하게 견지하고 있다.
자주통일진영이 내년 광복 70주년을 남북해외 온 민족이 함께 맞이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금 전국곳곳에서 올해 8.15자주통일대회를 힘 있게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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