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일본의 기시다 외상과 북한 리수용 외상의 비공식회담과 관련하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오는 10일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 회의를 계기로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비공식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의 보도에는 크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선 채로 비공식 접촉 예정’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돋보이는 표현이다. 교도통신의 보도는 일본 정부소식통들을 인용한 것이었다.
한나라의 외교수장들이 서로 만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상관없이 매우 중요한 국제뉴스이다. 그런데 비공식적인 만남이라는 것이며 그것도 ‘선 채로 접촉’한다는 것이다.
대단히 세밀하다.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본정부가 대북접촉을 하는 데에 있어 미국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일본이 대북교섭사안을 세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북일교섭에 대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북일진전과 관련해 미국의 심기가 불편일색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7월 일본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흘러 나오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발끈했다. 케리는 곧바로 전화를 했을 것이었다. 기시다와의 전화회담이었다. 케리 장관은 북일정상회담이 한미일 3개국의 대북 연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전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의 우려 표명은 가히 내정간섭에 가깝다는 논평이 나왔다. 미국이 북일교섭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으로 보일만도 했다. 그것이 아니라도 케리의 간섭에는 북일진전의 속도를 어떻게 해서든지 늦추려는 안간힘이 묻어 있는 것이었다.
추정보도에 따르면 기시다는 원래 정식회담을 추진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비공식접촉에다가 ‘선 채로 접촉’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선 채로 만나기로 한 것도 미국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으로 판단했는지 기시다가 ARF를 계기로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말도 흘렸다.
독특한 일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러나 일본의 조심스러움이 아니다. 미국의 신경질에 가까운 반응에 대해 더 주목한 것이다. 사람들은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잘 이해하고 있다.
현재 북일교섭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안부 등을 조사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조사결과를 8월 말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일본은 그 시기에 맞춰 조사결과 검증요원을 북한에 파견하는 것 정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이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한 것도 물론 포함된다.
이와 관련 북일교섭이 납치피해자문제 그리고 대북해제문제로 국한되고 말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지금의 북일교섭은 누구할 것 없이 북일수교라는 목표를 그 방향타로 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초조함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북한과 일본의 외무상들이 서로 만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격을 낮출 만큼 낮추고 있는 일본에게서 확인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비굴함이 아니다. 미국이 반대를 하든 속도조절 강요를 하든 상관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는 일본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것이 북일 외교수장들의 만남인 것이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반증해준다. 미국은 일본의 자위대강화조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지지를 보냈다. 중국이 반발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도 좋아할리 없는 사안임에도 일본을 지지했던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리수용을 만나겠다는 일본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따라서 미국의 자위대강화방안 지지와 대북행보를 갈라보겠다는 명확한 일본의 의지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에 있다. 미국이 일본의 자위대 강화에 찬동지지를 해주고 케리를 내세워 압박을 했으면서도 미국의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의 행태에서 읽히는 것은 동북아질서재편에 나서고 있는 미국의 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리수용 외무상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외무상의 비공식회담이 북일관계의 급진전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이는 이유이다. 일본 정부가 이미 북한에 외교장관급 접촉에 대한 기대감을 전달한 뒤에 이루어진 회담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북일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예고해준다.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일본의 행보가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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