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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전망>보수야당 새정치연합의 왼쪽
"심상정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생각이 거의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설 훈 의원이 5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의당과 새정치가 갈라져 있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로 합당을 해야한다면서 한 말이다. 설 의원은 심 의원이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통합진보당과 분명히 선을 그어서라고 했다. 같은 당의 정진후 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기조로 언급했다.
정확하다. 합리적이기도 하다. 정의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한 정치인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설 의원의 그러한 견해 피력은 개별적인 행태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도부와의 최소한의 교감 하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비대위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볼 것"이라고 답을 했던 것이다.
이것들은 세간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새정치와 정의당의 합당문제를 최초로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의당이 이번 7.30보궐선거를 계기로 새정치의 왼쪽으로 진입하려는 공정을 적극적으로 가져갔던 것에 대한 화답의 성격을 띤 것으로도 보인다.
새정치의 왼쪽으로 진입하려는 작업에 맨 앞장에 섰던 사람은 노회찬 전 의원이었다. 노회찬이 동작 을에 출마 했을 때 진보진영에서는 정의당이 새정치 왼쪽으로의 진입공정을 출발시킨 것으로 보았다. 당선유무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보았다.
새정치 왼쪽으로의 진입을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탄을 곧바로 쏘아 올린 사람도 그래서 노회찬이었다.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것이 그것이었다. 노회찬이 동작을에서 새정치의 기동민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어내자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물론 같은 당 이정미 대변인도 동시에 후보사퇴를 했다. 새정치 후보를 지지하면서이다. 후보사퇴기자회견에서 새정치 후보를 찍어달라고 했다. 통합진보당이 출마해있는 지역인데도 그들은 그랬다. 진보진영에서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당의 새정치 왼쪽에로의 진입작업은 그렇듯 질서정연했다.
새정치 왼쪽으로의 진입작업에 대한 정의당의 질서정연함은 노회찬이 동작 보궐선거 과정에서 노동당을 무시하고 통합진보당을 배제하는 데에서는 보다 선명하고 풍부하게 확인되었다.
노회찬이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선거운동원들은 선거운동과정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입니다’라는 말을 썼다. 선거현수막도 야권단일후보라는 문구를 보란 듯이 또렷한 크기로 박았다. 진보정치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야 했다.
노회찬은 사실, 야권연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야권단일후보가 아닌 것 또한 명백했다. 당시 또 다른 야당들인 통합진보당과 노동당은 노동당의 김종철을 ‘진보단일후보’로 결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진보단일후보 진영에서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지만 노회찬은 응답조차 하지않았다. 거절의 최고의 형태였다.
노회찬이 선거법이라는 실정법을 거스르면서까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고도한 정치전략으로 보였다. 우선, 원내의원을 갖고 있지 못한 노동당에 대한 철저한 무시전략이었다. 한때 서로 간에 동지로 불리워졌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씁쓸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양당제가 거의 고착화되다 시피한 한국정치현실에서 자신도 소수당이면서 또 다른 소수당을 어쩌면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볼멘 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다. 전형적인 구정치인의 행태라는 쓴 소리가 그 뒤를 따랐던 것은 따라서 당연했다.
노회찬이 ‘야권단일후보’라는 말을 쓴 것은 아울러 이른바 ‘종북공세’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철저한 배제전략이었다.
이 중에서 특히 진보당에 대한 배제전략에 더 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였다. 노회찬의 진보당배제전략에서 읽히는 것은 분명했다. 새정치가 보수야당답게 보수세력의 ‘종북공세’를 용인하고 있는 입장과 태도에 대해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분단체제를 용인하는 정치행태였던 것이다.
새정치의 합당제기에 대해 정의당이 당장 그리고 덥석 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몸값을 더 불릴 생각 때문인 것은 아닐 것이다. 정의당에는 몸값 불어날 일이 없다.
정의당이 새정치의 왼쪽으로 진입하는 데에 시간을 좀 더 가지려는 것은 진보에서의 이탈을 내용형식적으로 완결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의당의 진보에서의 이탈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완결되었다. 진보당에서 이른바 ‘당 사태’를 일으켰을 때 시작되었으며 이후 진보당에서 빠져나왔을 때가 그 완결시점이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정의당은 진보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듯한 태세를 여전히 띠고 있었다. 사실 어정쩡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 어정쩡한 모양새는 나름 정치적인 의미를 목적의식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읽혔다. 정의당이 진보진영이라는 착시현상을 제공해주는 것이 그 어정쩡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정의당에 아직도 자신이 진보라고 여기는 당직자나 당원이 적지 않은 이유이다.
정의당이 새정치의 합당 제안이 오더라도 덥석 물지 않을 것은 진보라고 여기는 그러한 다수의 당원들이 당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사태를 최소화하려는 제스쳐가 된다. 진보에서의 이탈을 형식내용적으로 완결하려는 정의당의 의중에 들어있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이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를 당연히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야권재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정의당과 새정치의 합당문제는 현 시기 새정치에게 제기되고 있는 야당성 회복과도 인연이 없는 문제이다.
정의당과 새정치의 합당문제를 야권재편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정의당과 새정치의 합당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의당의 정치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정의당이 새정치 왼쪽으로 진출하는 문제가 정의당과 새정치의 합당문제인 것이다.
정의당의 새정치 왼쪽에로의 진입은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개념 정립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진보는 자주와 통일이다. 노동자 농민 등 서민들의 대중투쟁이기도 하다. 이는 구체적으로 우리정치사회문화 전반에서 미국에 대한 입장 그리고 통일과 관련되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며 대중투쟁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이다. 진보당사태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되는 과정을 거쳐 진보의 개념은 그렇게 새롭게 정립된 것이다.
정의당의 정치적 정체성은 사회민주주의이다. 누구할 것 없이 명백히 말하고 있는 바이다. 정의당은 정치적으로는 자주와 통일에 기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직적으로는 노동자 농민의 대중투쟁에도 근거하지 않는다. 자주와 통일 그리고 대중투쟁은 정의당에게 하나의 개별 사안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이 정의당이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의 객관실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분단체제를 용인하는 정책과 노선이다. 분단체제 하에서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도 공격 당하지 않는 현실 안주적인 정책과 노선인 것이다. 한국사회정치지형은 이 사회민주주의를 개혁진영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새정치의 왼쪽이 정치현실의 그 구체이다. 정의당의 전망이 오직 새정치의 왼쪽에서만 마련된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정의당과 새정치의 합당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이미 진보에서 이탈한 정의당이 새정치의 왼쪽을 탐하고 실제로 그곳으로 가 안착하는 것은 한국보수정치운동에서 합법칙적인 것이라는 견해에 기초해있는 있는 언사이다. 그에 따르면 진보가 아니면서 진보의 영역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모양새는 진보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를 교란시키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새정치에 개별적으로 먼저 들어가 배회하고 있는 동료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의 배경에 작용하는 의식도 이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약간의 곡절이 동반되기는 하겠지만 정의당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새정치의 왼쪽으로 가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맞는 얘기이다. 이에 따르면 정의당은 보수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왼쪽으로 하루라도 빨리진입해들어가야한다. 그것은 우선, 먼저 새정치에 개별적으로 들어가 있는 사회민주주의 동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잴 것이 없다. 빨리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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