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한국에서 한.중정상회담이 열린다.
일본에서는 4일 대북제재 일부가 해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이 국무회의를 열어 인적왕래 규제, 송금·현금반출 규제, 인도적 선박 왕래 규제 등 3가지 독자 제재 해제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산케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정세이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1일 오후 중국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이 별 다른 내용이 없을 듯이 보이면서도 특별한 주목을 끌었던 이유이다.
기자회견 내용은 연합뉴스 7월 1일자 보도에서 확인된다.
한중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라면서 그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 먼저 주목을 끌었다.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안정 문제가 한중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된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것이다.
문제는 류 부부장이 사용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었다. 문제의 계기는 기실, 문화일보가 제공한 것이었다. 문화일보는 한.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 추진’을 명시하려고 했으나 시 주석 측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보도를 했다.
우리정부의 일부 당국자들의 속내를 잘 반영하고 있는 보도이다. 우리는 이미 비핵화가 다 돼 있는 만큼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로 인식되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일부 당국자들의 속내인 것이다.
이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반도비핵화’라는 개념이 6자회담 그리고 북미회담 등에서 자주 쓰이는 공식개념이 된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지도 몰랐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이 공식용어로 사용된 것은 정확히 2005년 ‘9.19공동성명’부터였다. 그때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문서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용어로 썼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주한미군을 포함한 남한 지역의 비핵화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개념으로 공식화되어있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인 것이다.
이렇듯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이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에 배비한 주한미군을 비롯한 핵무력까지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부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식용어를 사용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담을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명기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은 따라서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주목되었던 것이다.
류 부부장이 협상을 강조한 것도 특별히 주목받을 만했다.
"반도 문제, 반도의 핵문제, 동북아 평화안정 문제는 오직 평화·담판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평화적 수단으로 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중국정부가 유지해온 기본정책이라고 설명하면서였다. 원칙적인 입장의 천명이다. 이것 또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현 시기 남북관계에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이 발언을 예사롭지 않게 보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최근 남과 북 사이에는 마치 해프닝 같은 사건이 있었다. 북한은 지난 30일, 7월 4일부터 상호비방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국방위특별제안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우리정부는 이를 하룻만에 거절해버렸다. 일언지하의 거절이었다. 그 거절은 남북관계개선의 돌파구가 열리기를 바랬던 내외의 열망의 머리위에 퍼부어지는 찬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정부가 이유야 어떠했든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걷어차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는 것은 모양새만 보아도 원칙적 입장 천명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된다. 우리정부가 대화를 걷어찬 날 중국이 대화를 강조한 것은 우리정부 측에서 보자면 경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비추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중국의 협상 강조가 단순히 원칙적인 입장 표명이나 의례적인 수사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다.
류 부부장의 기자회견에는 이것 말고도 주목을 끌만한 것이 더 있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등과 관련한 문제 등을 논의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에서였다. 류 부부장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문제와 관련 “미국, 한국 관계의 강화는 동북아의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미국과 한국은 동맹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문제에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부분이었다. 우리정부에게 신중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약간이라도 왜곡하게 되면 내정간섭에 해당되는 말처럼 보일만도 했다. 간섭의 대상은 한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도 보였다. 미국으로까지도 확장될 수도 있어 보였던 것이다. 물론 심한 왜곡이나 확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정부에게 신중을 주문하는 류 부부장의 언급에서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약화되어가는 미국 위상의 한 자락을 읽을 수도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북일회담에서 미국의 위상 약화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북러 간의 협력이 동맹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북일관계의 진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등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정세에서 미국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적대적인 언론이기는 하지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기사들을 전문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이다. 조선신보는 7월 1일 북일 합의가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냉전 구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북일합의가 동북아시아의 낡은 질서를 뒤흔드는 직격탄으로 된다는 평가를 하면서였다. 조선신보는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정책의 허점을 뚫고 탈냉전의 새 질서를 확립하는 단서를 열어놓고 있다는 것에 북일합의의 의의를 부여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정부 관리의 입에서도 사람들은 이처럼 갈수록 약화되어가는 미국을 읽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류 부부장이 미국이 한국에 배비한 모든 핵무기를 철거하는 내용까지도 포괄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 그리고 우리정부에게 미국에 대한 신중함을 주문했다고 한 것 등에서 전문가들이 확인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진출이 아니라 미국의 약화이고 하락이다.
이처럼 언제부터인가 미국은 동북아정세에서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동북아정세에서 미국이 보이지 않는 현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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