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그 한축으로서 중미패권대립의 심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북일회담에 버금갈만큼 동북아정세를 요동치게 하는 중요한 축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 주석의 방한에서 동북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중미 간의 치열한 대결을 확인하고 있다. 현실은 꼼꼼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시진핑 방한에 대한 미국의 긴장이 역력하다는 것을 수시로 보여준다. 정세는 미국의 대아시아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한 것, 즉 '전쟁국가' 선포를 했다는 것이 그 결정적 요소 중에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이 ‘전쟁국가’ 선포를 하기까지 미국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은 일본의 ‘전쟁국가’ 선포가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전쟁국가’ 선포가 중국을 극도로 자극할 수 밖에 없는 사안으로 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일본의 ‘전쟁국가’선포를 적절히 이용하여 대일전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하면서도 동시에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는 시도에 적잖은 공력을 들이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는 것은 미국의 대 아시아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데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패권경쟁의 상대인 미국의 대아시아 영향력을 축소시켜 그것을 곧바로 자국의 부상으로 귀결시키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틈을 벌려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지난 7월 1일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이 연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기자회견에서 류 부부장은 미 미사일방어체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동맹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한국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신중하게 접근해야된다는 주문을 했던 것이다.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민감한 문제를 그렇듯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는 것은 전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류 부부장의 행태에서 조락하는 미국의 위상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것은 시 주석의 방한이 구체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측면이다.
전문가들은 이어 저 멀리 하와이로 눈을 돌렸다. 7월 2일이었다. 한미일 합참의장들이 만나 회의를 한 것이다. 지역 안보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회의였다. 한국에서는 최윤희 합참의장이 미국에서는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와사키 시게루 통합막료장이 참석했다.
회의가 끝난 뒤 공개한 공동보도문은 예상했던 대로 대북사안으로 가득 채워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지역 안보환경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지역 안정과 평화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북한 핵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는 데 3국 합참의장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 것이다.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을 계기로 열리게 된 회담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회의였다. 우리 군 수뇌부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한 직후 자위대 수뇌부와 회동한 것이어서였다. 우리정부가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곧바로 터져나왔다. 설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판은 피해갈 길이 없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소극적인가 하는 것을 그 회의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3국 합참의장회의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러나 그 내용이 대북공세로 채워졌다는 것이나 그리고 우리정부가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 회의는 궁극적으로 중국 봉쇄를 겨냥한 3국간 군사·안보협력을 상징하는 회의였다. 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이 한중정상회담 직전에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에 공을 들인 회의였던 것이다. 더구나 한·미·일 3국 합참의장이 직접 만나 안보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방한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지위를 밀어낼 수도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 3일 서울발 기사의 한 내용이다. 동북아정세에서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놓고 얼마나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기사였지만 구체적인 의미는 사실 심각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중국봉쇄전략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단순히 한미동맹의 균열만을 불러오는데 국한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일동맹에 균열을 가하는 것으로까지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요동치는 지금의 동북아정세는 그 깊이나 폭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 요동은 동북아에 잔존해있는 냉전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흐름이다. 동북아질서의 재편 흐름인 것이다. 북일회담을 위시로 하여 북중관계 또한 북러관계발전 등에서 대단히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에 반해 미국이 구축하려는 한미일3국공조체제는 대북적대정책에 기초한 대중 봉쇄전략이라는 것으로부터 분명 낡은 질서를 온존유지하려는 흐름이다.
한미일합참의장들의 회의를 뉴스로 접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있었던 한미일3국정상회담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미국이 대북압력을 명분으로 삼아 3국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을 요구한 회담이었다. 당시 우리정부는 영토와 역사문제로 일본과 최악의 상태에 치달아있던 시기였다. 반일이라는 민족공통의 정서에 반하게 미국을 중심에 놓고 일본정상과 함께 했던 그 자리가 당시 국민정서상 얼마나 불편했는지는 익히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지 몇일 만에 우리나라 군 수뇌부가 미국의 요구 때문에 자위대 수뇌부와 함께 한다는 것 역시도 그와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본격화되는 동북아질서 재편에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가의 명운과 관련지어 심각하게 접근해야되는 결정적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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