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대북압박’과 등치되지 않는 ‘핵 개발 반대’, 그 정치공학
한중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하여 우리정부가 중국과 공조해 ‘대북압박’을 한 것을 가장 크게 꼽는 그 모든 행위는 부정당해야한다. 실속 있는 ‘대북 압박’이 한중정상회담에는 사실,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 명문화되어 있는 문구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개념이다.
‘핵개발 반대’에 대해 정부당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도 높은 메시지’라는 것이었다.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표현이라는 설명도 덧 붙였다. 그럴 듯했다.
이에 따르면 한중정상회담을 대북압박의 장으로 되게 하려는 우리정부당국의 희망사항은 잘 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핵 개발 반대’ 문구는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 핵실험 반대’ 등도 거부하고 대신에 ‘한반도 비핵화’와 ‘핵 개발 반대’를 썼다는 사실에 집중하게 되면 사실, 누구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복잡할 것이 없는, 상식범주의 문제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은 언제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중국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한 우리정부의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에 제시한 개념이 ‘한반도 비핵화’였다. 우리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은 국제적으로 공식화된 개념이다.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이 발표되면서 공식화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폐기는 물론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의 핵무력을 철거하는 것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핵개발 반대’에 대한 논란은 속성상 단순했다. ‘핵개발 반대’가 결코 북한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하는 문제의식이었다. ‘핵개발 반대’가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에 대한 것까지도 염두해 둔 표현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확대해석은 아니었다.
‘핵개발 반대’라는 문구에 우리정부가 부여한 의미는 정부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처럼 북한의 핵개발 반대이다.
그러나 중국이 부여했을 의미는 우리정부와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핵실험 중단을 요구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미국에 대한 것이다. 한국에서 핵우산이나 핵무기를 전개하지 말라는 것이 그 내용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핵무장을 가능성 차원에서부터 봉쇄하겠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핵 개발 반대’라는 문구를 통해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4차 핵실험 중단’ 경고를 미국과 우리정부에 대해서는 각각 ‘핵우산·핵 전개 불가’와 ‘핵 주권 포기’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반도 핵개발 반대’는 중국의 고도한 노림수가 작용한 것이라는 견해는 이로부터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동북아 역학관계의 재편이 예견되고 있는 조건에서 중국이 정치적 우위를 접하면서 북한과 한국은 물론 심지어는 미국에까지 영향을 주는 모양새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우위란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전방위적인 패권경쟁에 돌입한 중미관계에서 정치적 우위란 단순히 모양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외화되는 것이다. 대국적 면모라 해야할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이후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이며 미국은 한국에 핵을 전개하지도 핵우산을 주지도 말 것이며 한국은 핵 가질 생각을 하지마라’라는 말을 할 수가 있게된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핵과 관련해 이처럼 커다란 정치안보적 이익을 챙겨간 사례는 별로 없을 것이다.
중국이 대국적인 면모를 갖추는 것이 우리나라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모양새를 중국이 갖추는데 있어서 우리정부의 대북적대성이 결정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은 대단히 비극적인 일이다.
‘핵 개발 반대’는 한중정상회담의 평가와 관련하여 북핵문제의 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견해를 성립시켜주는 결정적 근거가 되어주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7월 4일자 기사에서 “중국이 직접적으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한반도 핵 개발 반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한·중 간 논의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한 말이다.
‘핵 개발 반대’ 논란은 여기에서 멎지 않았다. ‘핵개발 반대’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적시되었다는 것은 ‘핵 개발’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버린 것이라는 견해까지로 번졌다.
핵개발과 관련된 ‘전략적 모호성’은 국제외교무대에서 중요한 정치기재로 되어있다. 국제정치사회에서 핵개발과 관련되는 전략적 모호성은 나라들 관계에서 정치적 레버리지(지렛대)로 작동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는 핵에 대해 용인하느냐 반대하느냐하는 문제와는 다른 범주의 문제이다.
예컨대 핵주권을 강조하고 심지어는 걸핏하면 핵개발을 해야한다는 논리는 펴곤 했던 정몽준 전 의원 등에게서 확인되는 것도 이것이다.
‘핵 개발 반대’가 ‘핵 개발’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한 것으로 연결되게 되면 이는 국제외교무대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능외교의 전형적인 한 사례가 되게 될 것이다.
이는 사실,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했다. 핵보유국인 중국과 핵이 없는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다른 나라인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는 데에서 역관계상 동등할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한 이치인 것이다.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위상이나 역할면에서 약한 것도 이 이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정부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의 4차핵실험 반대’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얻어내려는 집요한 시도를 한데서 산생되고 있는 유쾌하지 못한 현상들이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2년이 채되지도 않았지만 대북적대를 최상의 가치로 올려세워놓고 있다. 그러한 박근혜정부에게 정상회담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로 퇴보한 상황은 ‘핵 개발 반대’를 현실적으로 최선으로 여기게 했을 수도 있었다. 집착의 결과였다. 그 집착에 따르면 한중정상회담에서 최고의 ‘대북압박’은 ‘핵 개발 반대’로 등치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한중정상회담은 우리나라가 재편의 흐름을 타고 있는 동북아정세에 주동적으로 올라타는 데에서 참으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국면이었다. 이를테면 6자회담재개와 관련되는 전환적인 입장이라도 마련되었다면 한반도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정세의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로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박근혜정부에게 한중정상회담을 대하는데 있어 새로운 동북아시대에 나라의 위상을 어떻게 높혀나갈 것인가라는 국가적 안목은 중요한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일했던 인사들이 강국들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지혜로운 외교운용틀로 평가받는 ‘등거리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짐짓 포기해버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것에 있었다. 대북압박이었다.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조차도 대북압박의 한 기재로 삼으려하는 박근혜정부의 태세에 많은 사람들이 사실, 혀를 내둘렀다. 북한과 동맹관계에 놓여있는 중국을 대북압박의 구체적인 한 축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시도는 시도만으로도 사실 집중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운 것이었다.
결국 ‘핵개발 반대’는 ‘대북압박’의 극히 일부만을 구성해주는 것일 뿐 어떤 경우에도 대북압박의 총체가 될 수가 없었다. 한중정상회담에 대북압박은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핵개발 반대’는 오히려, 오직 대북압박만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박근혜정부의 병적인 집착이 외교부문에서 빚어낸 극히 반민족적 행위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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