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가(我歌)
권말선
무던아, 착하고 순한
우리 아가야
잘 먹고 잘 자느냐
잘 자라고 있느냐
엄마를 힘들게 하진 않느냐
이 할미가 너를 돌보다
잃어버린 줄 알았구나
엄마가 데려간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줄만 알았구나
네가 너무 보고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한다
할머니 보러 오렴
할미가 다 나으면
너를 보러 얼른 갈게
보고 싶은 무던아,
진짜 이름은 뭔지
몇 개월이나 됐는지
기억 따위 없어진들 어떠냐
꽃 같이 나비 같이 예쁜 아가
왼종일 밭매고 들어와도
무던히 기다려주던
어쩌면 그 아가
시집간 딸아이가 낳은
귀하디 귀한
아마도 그 아가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던
조금 더 안아주고 싶었던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
성근 기억 한 끝을 붙안고
보채며 놔주질 않는구나
할미를 부르는 네 옹알이
먼 기억 속 네 울음소리
아련히 왔다 또 사라지는데
아가, 무던아
어디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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