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과 주한미군, 갈라설 것인가?
<분석과 전망>한미동맹 디커플링 조짐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의 전환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함 지민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 대외협력 보좌관이 27일 한 말이다. 매일경제에 기고한 '안보정책, 달라진 한반도 상황 맞게 변화를'이라는 글에서 함 지민은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렇게 주장을 했다. “한미가 작전통제권을 각자 행사하면서 합동 훈련과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한국군 4성 장군이 유사시 한미연합군을 작전통제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군사적으로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함지민은 한국 안보정책 핵심 요소로 북이 남침할 것이라는 근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과 6·25전쟁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하는 한미동맹 두 가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북의 남침 의지, 실행성,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볼 때 근본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북핵 위협 대응과 비핵화 노력은 외교력·정보력·군사력·경제력(DIME) 등 한미동맹의 포괄적 힘을 통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하는 군사적 한미동맹은 유효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놀라운 일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미래연합사 출범은 물론 더 나아가 한미동맹 전반을 흔들어버리는 주장이 다른 데도 아닌 주한미군 지휘부의 한 복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다. 전례가 없다. 시셋말로 한국 사회가 뒤집어질만한 주장이다. 비록 개인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반북세력과 한국의 분단적폐세력들에겐 고통스러운 충격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평화세력과 한국의 개혁세력들에겐 신선한 충격일 것이다.
함 지민의 주장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0월 14일 펜타곤에서 열렸던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놓고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미가 합의한 2022년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 사유로 코로나19 사태와 전환 조건인 훈련 부족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하고 중미전략경쟁이 심각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을 구실로 삼았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사실, 크게 새삼스럽지 않다. 펜타곤엔 상습적인 일이다. 6.15시대 때 펜타곤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로 결정했었다. 자주통일 흐름이 강제한 미국의 자연스러운 퇴각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펜타곤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5월 북의 2차 핵시험 그리고 이듬해 3월 천안함 사건을 구실로 삼아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했다며 전작권 전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1차 연기를 한 것이다. 펜타곤은 이어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 3월, ‘북의 불안정한 정책과 위험한 도발이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안보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재차 연기했다.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을 고려하되 “전작권 전환 후 두 나라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와 미국의 지속적 지원, 그리고 국지 도발과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을 그 조건으로 제시하면서다.
함 지민의 주장은 아울러 펜타곤이 주한미군존속전략으로 내놓고 있는 미래연합사 구상에 대한 공격이다.
1978년, 카터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에 이어 또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하려고 했을 때 펜타곤은 반발을 했고 그에 강력히 맞섰다. 그해 7월 SCM를 열어 "미 지상군 전투병력 1진이 철수를 완료하기 전에 한국 방위의 작전 효율화를 위해 한미연합사를 창설한다"고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이 실행에 옮겨 진 데에는 불과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펜타곤은 아울러 유엔군이 행사하고 있던 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로 이전시켜 한미연합사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한미연합사가 ‘we go thogether”라는 구호를 갖게 된 배경이고 한미동맹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미연합사 창설은 그렇듯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에 맞선 펜타곤의 주한미군운용전략이었다. 한미연합사는 전쟁세력의 종심인 펜타곤이 미 평화세력의 주한미군 철수에 맞서 구사한 주한미군존속전략이었던 것이다.
펜타곤은 현 시기, 전작권을 전환할 수 밖에 없는 데다가 특히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하고 중미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등 근본적으로 달라진 정세흐름과 정치지형에 맞서 주한미군의 운용형태에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연합사를 미래연합사로 전환하는 게 그것이다. 미래연합사가 전작권을 전환하고 사령관에 한국군 장성을 앉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미래연합사를 유사시 유엔사 체계에 편제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펜타곤이 최근년 들어 유엔사-재강화(Revitalization)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평시 전쟁억제력으로 기능을 하게 될 미래연합사를 유사시엔 유엔사에 통합시켜 유엔사의 지휘를 받게 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전작권 전환은 물론 국군이 맡게 되는 사령관은 완전 무력화돼 버린다. 이때, 유엔사는 유사시 ‘최단기간 내 인민군을 궤멸하고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 달성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미국의 다국적 군대이다. 이에 따르면 미래연합사는 펜타곤이 한반도 유사시 UN의 별다른 결의 없이도 주한미군이 취할 수 있는 대북침략 태세가 된다. 미래연합사는 결국, 우리겨레의 자주적 진출이 펼쳐놓게 될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정세에 거슬려 펜타곤이 구상하고 있는 주한미군존속전략인 것이다. 펜타곤이 중요한 정세지점 때마다, 유엔사는 전작권 전환을 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해도 존속된다는 말을 적극 흘리고 있는 결정적 이유다.
함 지민의 주장은 사실, 한미동맹에 대한 직격이다. 구체적으로는 6·25전쟁 이후 미국이 한미동맹의 근간으로 수립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그 과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를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전략 지역으로 설정하고 동북아패권전략과 한반도지배전략을 수립했다. 한반도지배전략과 동북아패권전략에서 결정적 군사안보기제가 주한미군이다. 미국은 그 주한미군에 주둔 근거를 비롯해 지위와 역할을 마련하기 위해 정전협정 체결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1953년 10월 1일 덜레스 국무장관과 변영태 한국 외무장관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안보문제를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다. 전문에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이 적시돼 있으며 3조도 “타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돼있다. 주한미군의 위상을 한반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태평양까지 포괄하는 군사기제로 규정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핵심은 4조다.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수락한다"고 돼 있다. 주한미군을 주한미군의 고유한 권리로 규정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조를 통해서는 조약의 기간을 무기한으로 정해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보장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지휘부인 함 지민이 전작권 전환을 늦추려는 에스퍼 장관에 반기를 들고 펜타곤의 주한미군존속전략인 미래연합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까지 흔들고 나서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나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정세흐름과 재구성되고 있는 정치지형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특출한 흐름이다. 그만큼 이후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같은 날 언론을 통해 “주한미군 사령관 쪽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우려가 된다"면서 “북한 핵문제가 통제된 상황에서 해야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위험하다"고 했다. 특히 "이렇게 되면 한미동맹 디커플링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은 9월 평양정상선언이 우리 겨레에게 기치로 제시해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 6.12북미공동성명에서 확인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세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평화와 번영,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것임을 확정해준다. 70여년 굳건하게 우리 겨레에게 천형처럼 들씌워져있던 한미동맹의 굴레가 마침내, 깨져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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