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바이든 후보로부터 공격당하다
<분석과 전망>단숨에 깨지는 남북협력사업
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미 정권교체기에 던진 ‘남북의 시간’
‘남북의 시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미 대선이 끝나고 난 뒤 부쩍 강조했던 말이다. 9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언급했으며 1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썼다. 미국에서 새 정부는 통상 전반 대외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기초해 대북정책을 세우는 데에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지금부터, 바이든 정부가 내년 1월 20일 무난하게 출범하고 대북정책이 확정되는 내년 중반까지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이 장관이 내놓은 게 ‘남북의 시간’이다. 미국의 대북라인 진용이 갖춰져 대북정책이 수립되기 전 남북대화와 협력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남북의 시간’에 필요한 조건으로 북의 ‘유연한 접근’과 미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를 제기했다. 상당히 과감한 것이었다. 북에게 ‘유연한 접근’을 요청한 건 바이든 정부 초창기이니 만큼 북에게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그 이면에 과거 미 정부 출범시기 때마다 북이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를 했던 이른바, ‘전략적 도발’에 대한 경계가 깔려있다. 미국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를 요청한 건 바이든 후보가 클린턴 정부시기 북미대화가 있었을 때 상원외교위원장이었고 김대중 대통령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에 기대를 걸면서 트럼프 정부가 축적한 대북성과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장관은 북의 유연한 접근과 미국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지지가 보장된다면 남북이 모색할 수 있는 남북협력사업으로 보건의료, 재해재난, 방역, 기후환경 분야 등을 제시했다.
2.’린치 핀’으로 이인영 구상을 깨버리는 바이든 후보
이 장관의 남북협력 구상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보다 더 미흡한 데다 정권 말기에 접어드는 터라 많은 사람들의 적쟎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남북의 시간’을 설계했던 이 장관의 남북협력 구상은 나오자 마자 곧바로 공격을 받아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이 장관의 남북협력 구상을 정면에서 타격한 사람은 누구도 아닌 바이든 후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동맹이 미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했다. ‘린치 핀’은 중국의 부상이 급진전하고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 등극하자 펜타곤을 비롯해 미 대북강경세력이 대북적대와 한미동맹을 강조하기 위해 쓰기 시작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도 입에 올린 적이 없는 ‘린치 핀’을 정부 출범도 전에 강조하는 것으로 한미동맹과 대북적대 강화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당장엔 이 장관이 미국에 요청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지지를 단숨에 배격한 것이었다. 이게 이후 현실적으로 갖는 구체적 의미는 너무나도 또렷하다. 대북적대와 한미동맹에서 최고의 군사적 표현인 내년 2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확고한 예고인 것이다.
이 장관이 미국에 요청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지지가 배격당한 곳에서 필연적으로 부상될 것이 북의 준비된 대미공세다. 대북침략 전쟁훈련인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북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북이 취할 태세는 단순히 반발이 아니다. 북이 북미대결전에서 반발만 하던 건 이미 오래 전의 과거다. 북은 새 정부 하에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예고에 대해 그간 트럼프 정부와 축적한 북미협상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심각한 도발로 규정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내올 게 전략적 대응이다. 핵전력 강화다. 미국과 한국에서 ‘전략적 도발’로 묘사하는 대목이다. 핵전력 강화는 핵보유 전략국가의 일반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도발이 아니라 북미대결 원리에 걸맞는 전략적 행보다. 종국적으로는 미국의 도발에 맞서는 반발이 아니라 미국을 타격해 북미대화를 차리려는 강위력한 정치안보기제인 것이다. 그 무슨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그간의 북미대결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북미 간 대화국면은 저절로 온 적이 없다. 북이 군사적 압박 수단을 동원한 대결국면 뒤에 차려지곤 했던 게 북미대화국면이었던 것이다.
북은 미국이 대북적대와 한미동맹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조건에서 그동안 트럼프 정부에서 확보한 조건에 기반하는 불가역적 대화국면을 창출하기 위해 머지않아 전략적 행보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시기도 핵전력 강화 활동의 특성상 한미연합군사훈련 이전 더 나아가 미 새정부 출범 이전일 수도 다. 올해 안일 수도 있다. 여기엔 미국의 대북제재와 한미동맹의 틀에 완전 포박돼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게 작동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 장관이 북미에 내놓은 두 가지 조건 그리고 그에 기초한 남북협력 구상이 북을 모르고 미국을 모르고 또 정세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내놓을 법한 극히 주관적인 바램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 장관의 남북협력 구상은 애초, 비현실적이며 현 정세에 그 어떤 역할도 수행할 수 없는 몰정세적 구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사태이다. 이 사태는 그렇다고 이 장관이 순진하거나 무지렁이어서 생긴 건 아니다. 이 장관의 남북협력 구상이 바이든 후보의 말 한마디로 초장에 무력화돼 버리고 있는 모양새의 원인과 책임은 근본적으로는 미국에 있지만 당장엔 문재인 정부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미국의 대북적대와 한미동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나 능력을 한 톨도 갖고 있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이 필연적으로 빚어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법적으로 아직까지도 당선자 신분을 갖고 있지 못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진영의 법적 전략을 무력화하고 새정부를 출범시킨다면 이렇듯 북미정세 남북정세는 전혀 진척이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긴장과 새로운 대결 국면을 한동안 지속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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