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의 반영이자 미 패권 몰락의 본격화
<분석과 전망>미 대선사태와 바이든 등장은 무슨 의미인가?
1.미 대선사태의 구성-투표전과 소송전 그리고 시위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초접전이었던 펜실베니아 주에서 역전해 당락 계선인 270에서 3명 많은 27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그렇다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부정문제로 불복선언을 하고 재검표와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법적으론 여전히 ‘바이든 후보’인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반트럼프 진영인 미 주류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자’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대선 승리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다. 유럽 핵심동맹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전반 상황에 따르면 이번 미 대선전은 투표전과 소송전 그리고 소송전 과정에서 벌어질 시위전으로 구성된다. 투표전이 당일 현장투표와 사전투표인 우편투표를 둘러싼 대결이라면 소송전은 트럼프 진영이 부정투표 관련해 제기한 재검표 등 소송을 둘러싼 법적 투쟁이며 시위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하고 이를 따르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중 투쟁이다. 이번 미 대선을 미 대선사태라고 불러도 되는 이유다.
이번 대선이 대선사태로까지 발전된 건 연방제 국가인 미 선거제도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미 대통령은 전국투표가 아니라 주별 선거인단이 그리고 대선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연방대법원이 결정한다. 연방대법원에서도 못하는 경우 최종적으로는 하원이 결정하게 된다. 전국투표에서 졌으면서도 선거인단 결정으로 대통령이 선출된 비근한 예로 2016년 대선을 들 수가 있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전국투표에선 약 2%차로 밀렸는데도 선거인단 확보에 이겨 최종 승리를 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결정한 사례는 2000년 대선이다. 당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는 전국적으로 무려 300만표 이상 밀렸고 민주당 엘 고어 후보가 제기한 소송전에까지 휘말렸으나 연방대법원이 최종 승리를 결정해준 것이다.
트럼프 진영이 불복 선언을 한 조건에서 주목해야되는 게 소송전과 시위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0년 대선전을 상기하고 있다. 당시 플로리다에서 537표 차로 이기고 있던 부시 후보가 승리선언을 하자 고어 후보는 부시 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격차가 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고어 측은 승복을 철회하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2월 8일 수작업 재검표에 들어가자 부시와의 격차는 당초 537표에서 154표까지 좁혀졌다. 이즈음 발생한 게 부시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소를 습격한 이른바, '브룩스 브라더스' 폭동사태이다. 양측 지지자들 간 격렬한 시위과정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때 연방대법원이 나서서 혼란에 빠진 대선전을 수습했다. 12월 12일 재개표 중단 결정을 했고 이를 고어 후보가 받아들여 부시 후보가 최종 승리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재검표와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 대표도 침묵을 깨고 트럼프의 대선불복에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부정선거 조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불복선언이 꽤나 실속이 있고 만만치가 않는 전략이라는 걸 보여준다. 재검표를 할 수 있는 곳만 해도 위스콘신·조지아·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네바다 등 5개주나 되며 소송도 네바다·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 등 4개 주에서 12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주 법원의 재검표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정치지형이 6:3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하게 짜져있는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선거보다 800만표를 더 얻고 의원 선거에서도 하원 10석이 느는 등 선전한 것 역시 트럼프 불복전략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전 역시 소송전에 못지 않는 태풍의 눈이다. 트럼프 진영이 소송전을 과도할 정도로 많게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제기한 것은 시위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태세라고 할 수 있다. 시위전은 이미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중이며 트럼프 진영에선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둔 상태다. 흑인폭동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투입 가능성 입장에 반기를 들었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타국장을 대행으로 임명한 건 시위전과 관련 단연 주목된다.
2.미 대선사태의 본질-미국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의 반영이자 심화
미 대선사태는 미국의 선거제도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확정컨대, 미국의 부실한 민주주의 그리고 심화된 양극화를 그 결정적 원인으로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개표과정에서 연설할 때마다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단합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2000년 대선 때 고어 후보가 패배를 수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고어 후보가 대법원 판결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에서 부실한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눅잦히겠다는 의중이, 부시 후보의 최종 승리를 적극 인정한 것에서는 양극화 위험을 경계하겠다는 의중이 읽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뛰어넘는 미국의 지배세력이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가 불러올 수도 있는 ‘급변사태’ 같은 국가적 재앙을 막고자 취한 전략적 조치였던 셈이다. 고어 후보의 승복을 두고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정치적 사기다. 미 지배세력들이 구사한 교활한 정치술수인 것이다. 미국 대선사태를 거쳐 대선 승자를 확정 짓는 매직 넘버 270명의 선거인단에서 불과 3명 만을 더 확보해 불안하게 집권한 부시 정부의 그후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들 수가 있다. 그 때 많은 국제문제전문가들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미국 내 위기를 나라 바깥으로 돌려 풀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정치방식이라고 지적했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를 모면한 교활한 정치였던 것이다.
2000년 대선사태 이후 미국의 부실한 민주주의는 더 많은 문제를 드러냈으며 양극화 또한 더 심화되었다. 2007년 발생한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비롯된 세계적인 금융사태가 대표적이다. 올해 있었던 흑인폭동사태를 비롯해 특히 미국 내 코로나 사태도 미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부실하고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 세계에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져나갔다.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 이번 대선사태다. 트럼프 불복사태로 표현되고 있는 이번 미 대선사태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그 위기를 더 심화.확장시키는 정치현상인 것이다.
3.바이든의 본질-미 패권 몰락을 눅잦혀보려는 미 지배세력의 대응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가 일시적인 문제도 지엽적인 문제도 아니라는 것은 미국민에겐 물론 미국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거의 상식으로 돼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는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이 내재하고 있는 근본모순의 표출이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교수는 10년 전 ‘대전환’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의 패권은 2025년부터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원만하게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묻고는 “꿈도 꾸지 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몰락하는 것은 어느 누구의 상상보다도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하면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지난 3일 TV연설에서 “미국의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두 후보 중 누군가는 미국을 더 빨리 파괴하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 더 늦게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매우 정확한 즉, 과학적 진단이다. 제국주의 미국이 마침내 쇠락과 몰락에로 발을 딛었다고 확정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 그리고 패권 몰락 징후는 트럼프 불복사태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미 패권 몰락 징후를 보다 완결적이고 총체적으로 그리고 트럼프 불복사태 보다 앞서서 보여주었던 현상이 정치인 바이든이다.
미국의 수많은 학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지적하듯 미 패권의 몰락은 단정컨대, 누구든 그 무엇으로든 멈출 수가 없다. 다만 그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멈추게 할 수는 없는 시대적 대세인 미 패권 몰락을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작동하고 있는 세력이 미국의 지배세력인 글로벌리스트(globalist)들이다. 세계화, 신자유주의로 표상되고 있는 글로벌리스트는 세계적 대기업 록펠러 재단과 로스차일드 재단, JP모건 등을 그 중추로 하며 그에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게 달러를 찍어내고 운용하는 금융그룹이다. 미국의 비주류 진영에선 ‘딥스테이트(Deep state)’라고 부른다. 딥스테이트는 미국 내 군산복합체를 필두로 금융그룹을 비롯해 세계적인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주류정치세력은 물론 이들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NYT WP CNN 등 미 주류언론들을 연계라는 형식으로 완전 장악을 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구별하지 않으며 보수와 진보도 구별하지 않는다. 부시와 버럭 오바마 등 전 대통령들을 비롯해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클린턴 그리고 지금 트럼프 정부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주요 정치인들 거의 대부분이 딥스테이트와 연계돼 있다. 딥스테이트가 대선을 위해 지명한 대표적인 정치인이 바로 글로벌리즘을 신봉하는 바이든이다. 딥스테이트는 미 패권의 하락 속도를 어떻게 해서든 늦춰보고자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점지해 내세운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글로벌리스트답게 대선 기간 사회적 유대감 강화, 연방정부 역할 강화 등 민주당의 기조를 바탕으로 자유, 평등, 법치, 인권, 제한정부, 특히 시장의 자율 등 미국적 가치체계를 강조했다. 그것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후보로 민주당 경선 상대들이었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과 카멀라 해리스 의원 중 해리스 의원을 지명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선 당시 워런 의원은 금융규제 강화와 '대형은행 해체'를 주장했다. 이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을 겨냥해 반독점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해체해야할 시점이 왔다”는 말까지 했다. 바이든 후보가 금융그룹과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를 비판한 워런 의원을 내치고 자신을 비판한 해리스 의원을 선택한 것에 대해 미 주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추켜세웠다. 바이든 후보는 아울러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망가뜨렸다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체계들을 복원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다른 한편, 미국의 전통적인 정치가치를 고수한다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온건한 중도파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바이든 캠프의 선거전략인 만큼 주류 정치인들과 주류언론들이 그때 마다 반응을 주었다. 주류언론들이 "민주당이 진보적이기보다는 온전하다는 인식을 강화시킨 것“이라고 대서특필을 해준 것이 그 적절한 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자를 지지하는 미 주류 정치평론가들이 머지않아, 바이든의 대선 승리에 대해 안정과 통합을 바라는 중도층의 승리라는 평가를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급진파들로부터 수많은 대립과 혼란을 경험했던 중도층이 미국의 기존 질서와 체계를 유지하려는 정통파 바이든 후보에게 안정과 통합을 바라면서 표를 대거 몰아줬다고 평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중도 코스프레다. 미국의 부실한 민주주의와 양극화 심화의 산실이 글로벌리스트라는 것을 가리고 글로벌리스트의 이해관계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바이든의 정체성을 감추려는 교활한 정치행태인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투표전에 이어 소송전에서도 이겨 시위전을 무력화해 바이든 정부를 출범시킨다고 해도 그렇듯 글로벌리즘에 기반하는 한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는 결코 해소될 수가 없다. 오히려 더 증폭될 것이 필연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그동안 수립해놓은 국제 질서와 체계를 억지로 온존시키려 들면서 세계를 상당한 소란스러움에 밀어넣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2003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이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자체 모순을 국제적으로 표출시키는 행태들을 보일 수도 있다.
대선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와 바이든 간의 대결과 대립 그리고 이후 출범하게 될 미 정부는 결코 진영 간 문제도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위기를 반영하고 심화시키는 것이며 미 패권의 쇠퇴와 몰락을 촉진시키는 불가역적 정치현상이 트럼프와 바이든 간의 대결과 대립 그리고 이후 출범하게 될 미 정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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