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VS 핵전력 강화
<한가위 단상> 폼페오의 북미고위급회담 혹은 종전선언 보따리 그리고 북의 태세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룻만에 쾌유 전문을 보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이 미 대선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북미정세가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놀라워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7~8일 방한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 그리고 특히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의 방미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놀라워하고 있다.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간 물밑접촉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는지를 가늠케 하는 정세지점들이다.
이에 따라 희한하게 돌아가는 그 정세의 정점에 ‘김여정-폼페오 워싱턴 고위급회담’을 올리고 그 끝에 ‘폼페오-강경화-리선권 판문점 종전선언이 열리는 세기적 풍경을 그려보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12북미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하면서 이에 대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더불어 종전선언으로 호응하려 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하나 알려진 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대북유화태세에 대해 미국 내 반북세력과 반트럼프진영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극렬하게 반발하고 그를 위해 방해공작을 치밀하게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방해공작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고 한 두 번 또한 아니었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폼페오 장관이 직접적으로 보여준 반북 입장 그리고 특히 하노이북미회담이 열리는 당일 ‘코언 청문회’를 조직해 트럼프 대통령을 수세로 몰아넣었던 것 등을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들 수가 있다. 하노이회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딥스테이트 간 대결로 묘사를 했으며 트럼프의 패배로 평가했다. 정확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면서 동시에 종전선언 역시 대선시기에 구사할 카드로 미뤘을 것이었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열세인 현 상황에서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정치적 디딤돌을 놓는다면 대선국면에도 큰 득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내세울 만한 외교안보치적을 갖고 있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트럼프 캠프는 아울러, 북이 핵전력 강화를 북미협상 교착상태를 뚫어낼 수 있는 결정적 방도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사실, 특별치가 않다. 핵전력 강화는 핵보유 전략국가라면 어떤 나라든 일상적으로 벌이는 일반활동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북이 지난 해 10월 SLBM 시험발사를 하고 12월에 들어서선 2번이나 ‘중대한 시험’을 한 것도 핵전력 강화활동들이었다.
북이 미 대선시기에 맞춰 핵전력 강화 활동을 벌이게 된다면 북에겐 자체 요구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트럼프 캠프에겐 치명적인 선거악재가 된다. ‘거 봐라, 북 독재자와 사이가 좋다고 브로맨스를 자랑하더니 우리를 향해 SLBM이 3단으로 솟구쳐 오르지 않으냐’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핵폭탄급 공세를 가할 것이 번한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게 선거악재인 북의 핵전력 강화를 막고 동시에 선거호재인 외교안보치적을 쌓을 수 있는 건 결국, 종전선언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단독 작품이 아니다. 미 백악관이 트럼프 캠프의 지휘를 받아 기획한 일종의 한미연합정치인 것이다. 지난 달 16~20일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의 방미와 그에 이어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서 핵심이 이것이다.
이에 따르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등이 내놓고 있는 김여정 방미설은 정세흐름상 단연 주목된다. 조 위원은 지난 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0월 중.하순쯤 완전한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방미 같은 형태로 폼페이오 장관과 북미 고위급회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었다.
‘종전선언을 할테니 핵전력 강화 활동을 미루시오’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간에 희한하게 흐르는 정세흐름을 종합해, 방한한 폼페오 장관이 북에 그렇게 신호를 보낼 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현실화되는 경우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된다. 미국과 한국이 말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니라 그것을 예고하는 북미고위급회담이며 그 내용은 종전선언이 되는 셈이다.
북미대결전은 그러나, 그렇듯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정확한 분석과 올바른 전망을 내올 수가 없다. 북은 북미대결전 정세를 주도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에 수도 없이 속아왔다. 북이 핵.ICBM 시험 중단이라는 획기적인 전략조치를 취하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이 설령 종전선언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큰 정세구성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를 갖는 이유다. “계속 거짓말만 해왔던 미국의 이 술수를 북이 이번에도 또 받으까?” 그렇게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다. 매우 현실적 문제의식이다.
70여년 치열한 북미대결전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게 있다. 북은 얄팍한 수를 쓰지 않으며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다. 북미대결전이 정치공학자들에게 예측을 허용치 않았던 결정적 배경이 이것이다.
북의 이러한 특성에 방점을 찍는 전문가들은 북이 지금의 북미대결전에서도 종전선언 따위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며 내치고 정면돌파전략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북의 정면돌파란 미국의 정치지형을 고려하여 낮은 단계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이를테면 ‘살라미전술’이 아니라 핵전력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전선을 기본으로 짜들어가 북미대결전을 총체적으로 즉, 단숨에 종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선언을 전망하는 것만큼이나 일리가 있다. 앞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0일 방미에 대해 ‘종전선언의 더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밝히면서도 “종전선언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꽤나 주목된다.
그렇다면, 대중국 포위전략인 ‘쿼드’ 구상을 위해 일본에 들러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7일 방한하게 되는 폼페오 장관의 보따리엔 정세를 추동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 애매모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세흐름상 종전선언이든 그를 위한 고위급회담이든 아니면 북의 핵전력 강화의 필요성을 높이는 것이든 매우 또렷한 모양새를 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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