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은 ‘미중 디커플링’으로 북미대결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분석과 전망> 북의 핵전력 강화가 미중 전략경쟁국면과 북미대결전에서 노는 역할
대선에 돌입한 미국이 북미협상은 방치한 채 중국과는 전략경쟁에 집중하고 있어 6.12북미공동성명 합의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한 전망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단순히 두 나라간 정상화를 뛰어넘는다.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동북아 정세는 물론 세계정세를 관통하면서 특히 동북아 정치지형을 재구성하게 될 세기적 문제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전망을 밝히는 데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미중 전략경쟁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잘 해명해 봐야하는 이유다.
1) 미중 대립의 현주소-미중 디커플링으로 향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
시진핑 체제가 출범 직후 ‘중국몽’을 내세우면서 당 창건 100년인 2021년을 거쳐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두 개의 100년’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을 때 세계는 화들짝 놀랬다. 세계는 시진핑의 그 공세에서 1970년대 미중관계 정상화 뒤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의 부상은 1970년대 미중대결전 종식 과정에서 익히 예고됐었다. 중국이 60년 대 말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보유하는 즉, 양탄일성을 실현했기 때문이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포용정책’은 미국의 시혜가 아니었다. 중국의 핵보유 전략국가 지위 획득이 가져온 결과였다. 미중대결전 종식도 미중관계 정상화도 중국의 핵보유 전략국가력이 미국에 강제한 결과였던 것이다.
초강대국이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신흥강대국의 부상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던 역사적 전례는 없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40여년 간 지속했던 전략공조를 파기하고 전략경쟁 국면으로 돌입을 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2018년 무역갈등에서 부터였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무려 152개 계열사를 제재했다. 미중 전략경쟁은 백악관이 지난 5월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접근 보고서’에서 정점을 찍는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경제와 안보,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세부 이행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였다. 대립은 넓고 깊었으며 또한 예리했다. 적쟎은 전문가들이 ‘신냉전’ 운운할 정도였다. 미 국무부가 가장 먼저 움직여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설립 구상을 내놓았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것이었다. 미 의회도 그 뒤를 따라 대만과 홍콩,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등 중국의 핵심 국가이익과 관련된 법안들을 잇달아 통과시키는 정치적 태세를 취했다.
백악관의 ‘대중국 전략접근 보고서’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이념경쟁으로까지 확장해놓았다. 그것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보여준 게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다. 그는 7월 23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닉슨도서관으로 날아가 ‘닉슨 독트린’에 파산선고를 내리고 시진핑 주석을 향해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고 비난하는 연설을 했다.
나라간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세력균형의 변화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군사 안보다. 현시기 미중 간 군사안보 대립이 경제영역 못지않게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배경이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대표적인 군사안보판이 한반도를 비롯해 센카쿠와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 등이다. 동아시아를 위에서 아래로 가르는 경계선이라 미중의 ‘동아시아 지정학적 패권 단층선’으로 불리운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 한국에 주한미군 사드기지를 설치해 중국을 자극했다. 그리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자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맞섰으며 특히 일본과 연합해 공중과 해상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연합훈련을 확대하면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 7차례의 ‘미일연합해상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중간 군사대립은 특히 대만해협에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의 대만무력통일설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미국은 아울러 최근,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본뜬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를 창설할 구상도 밝혔다. 향후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뉴질랜드 등을 끌어들여 '쿼드+'로의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이처럼 중국의 부상이 미 턱 밑까지 도달하자 미국이 이를 막고자 봉쇄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중 전략경쟁은 이때까지 있어왔던 미중간 일반적인 대립이나 갈등이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은 향후 보다 심화되는 가운데 종국적으로는 ‘미중 디커플링’에로 향하게 될 것이다.
2)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북미대결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미중 전략경쟁은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도
미중 전략경쟁은 북의 북미대결전과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동북아정치지형과 정세흐름에 따르면 이 둘은 결코 무관치가 않다. 북이 북미대결전 종식을 위해 구사하게 될 핵전력 강화 전략이 미중 전략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한 북이 핵무력을 미러중 세계 3대핵강국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전략사업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수준에 따라 중강도와 고강도 두 단계로 대별할 수 있다.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북이 지난 해 진행했던 전반 핵무력 강화 활동에 기초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론 새로운 SLBM 발사 및 새로운 잠수함 진수와 핵.ICBM 첨단화 활동 그리고 새로운 SLV 발사 등이다. 그리고 고강도 핵전력 강화는 북이 익히 언급한 적이 있는 ‘괌포위 사격훈련’과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핵이전 위협’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고강도 핵전력 강화 국면에서 확인될 것이 북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와 ‘충격적 실제행동’ 등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기본적으로는 핵보유 전략국가의 일반 요구이지만 북미대결전에서는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는 결정적 기제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60년 대 말 중국의 양탄일성이 미중대결전 종식의 결정적 동력이 되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북의 핵전력 강화가 북미대결전 종식 기제라는 것은 북의 핵전력 강화가 미국의 핵패권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이른바 북의 ‘반제평화전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에서 북핵을 ‘정의의 핵’, ‘평화의 핵’으로 명명하는 이유다. 몇몇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반제평화전략’으로 개념화시켜놓고 있다.
북미협상이 교착에 빠져 있는 건 오직 미국 때문이다. 미국이 전쟁도 평화도 아니라 일정한 긴장이 걸려 있는 현 시기 북미협상 교착국면을 가장 원해서인 것이다. 이는 북미협상이 미국의 시혜가 아니라 오직 북이 미국에 강제해야만 재개되는 것임을 확정해준다. 북이 미국을 압박해 교착에 빠진 북미대화를 재개시킬 수 있는 위력한 정치기제가 바로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지난해 북의 군사활동에서도 확인했듯 6.12북미공동성명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그동안의 북미대화 틀을 깨지 않는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결정적으로는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견인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북미협상 재개를 강제하는 정치안보기제이면서 아울러 미중 전략경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치안보기제이기도 하다. 현 시기 미중 전략경쟁은 심도에선 깊기는 해도 영역에선 전방위적이지는 않다. 중국은 북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에 발을 맞췄었다.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제재에 공조를 한 것이다. 중국이 북과 ‘조중친선’을 유지하면서도 북핵에 대해서만은 미국과 전략공조를 한 것은 미국과 핵패권을 분점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북이 핵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북핵에 대한 미중 전략공조는 그러나 오래 갈 수가 없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북핵 용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이 최근 RFA에 내놓은 주장이다. 중국의 북핵 용인은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의 결과물일 수만은 없다. 중국의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다 북의 핵전력 강화 전략이 더해져야만 중국의 북핵 용인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미국의 대북적대를 겨냥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북핵에 대한 미중 전략공조를 타격하게 된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 개입해 북핵에 대한 미중 전략공조를 깨면서 아울러 미중 전략경쟁을 미중 디커플링으로 발전케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북이 미 대선을 전후에 할 수도 있을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이렇듯 교착에 빠진 북미대화를 재개시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추동하고 동시에 미중간 북핵에 대한 전략공조를 파기해 지금의 미중 전략경쟁을 미중 디커플링으로 전환시키는 동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북의 중강도 핵전력 강화는 그러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완전하게 담보하고 중국의 미중 전략경쟁을 미중 디커플링으로 발전케 하는 데에서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미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에 확인할 수 있다.
3)바이든 당선 시 북의 고강도 핵전력 강화-미중 디커플링 완성과 북미대결전의 또 다른 종식 경로
바이든 후보는 한미동맹과 한미일공조를 기본으로 여기에 중국의 대북압박을 결부시키는 대북정책을 내놓고 있다. 새롭지가 않다. 오바마 ‘전략적 인내정책’의 재판인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 북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2017년 11월 29일 부로 파산을 당했다. 한미동맹 또한 북의 부상과 한국 민중들의 반미진출로 상당히 균열돼 있는 상태이며 중국의 대북압박 역시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예전 같은 위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것들은 바이든의 대북정책인 한미동맹과 중국의 대북압박이 현 시기의 정치지형에도 정세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북대결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이 구사할 대북대결은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가 된 조건에서는 오히려 이전과는 달리 북에 유리한 전략적 공간이 돼준다. 대북대결이라는 낡은 전략적 공간에서 북은 고강도 핵전력 강화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북의 고강도 핵전력 강화에 의해 6.12북미공동성명은 파기되고 만다. 이어 정세는 2018년 6월 12일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언급했던 이른바, ‘새로운 길’이 이것이다.
북의 고강도 핵전력 강화가 북미간에 극강의 긴장과 대결을 조성하리라는 건 상식이다. 또 하나의 상식이 있다. 북의 고강도 핵전력 강화엔 그 긴장과 대결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동력이 내포돼 있다는 사실이다. 특별하지 않다. 핵보유 전략국가간에 성립되는 ‘공포의 균형’의 원리에 의한 현실이다.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보유하고 있는 대미위력은 이렇듯 크다. 북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오래 전에 준비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배려 차원에서 참고 있었던 고강도 핵전력 강화 국면에 즉각 돌입하게 될 것이다. 북의 고강도 핵전력 강화가 내게 될 ‘새로운 길’은 북미대결전 종식의 또 다른 경로이다. 극강의 긴장과 대립을 동반하기는 해도 북미대결전을 단숨에 종식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미대결전 종식의 물리적 시간을 단축시키는 길일 수도 있다. 북이 핵보유전략국가인 조건에서 북미대결전 종식은 북핵 용인을 전제로 한다.
북미간 미중간 정치지형 그리고 이에 따라 조성될 정세흐름에 따르면 이렇듯 많은 것들이 또렷해진다. 북은 북미협상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특히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에 돌입해 있는 복잡한 정세를 두 종의 핵전력 강화로 단순명료하게 정돈하게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미중 전략경쟁을 미중 디커플링으로 전환시켜내는 가운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전망을 매우 또렷하고 확고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열어젖히게 될 것이다. 무조건 ‘반북’인 친미보수진영이나 적절하게 ‘비북’인 친미개혁진영이 공히 진영논리 등 좁은 관점을 버리고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면서 정세를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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