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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뜬 구름 위에 서 있는 이인영

by 전선에서 2020. 8. 29.

이인영의 작은교역·개별관광과 문재인 정부의 평화공존론

<분석과 전망한국사회 개혁진영이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 슬하에서 살아가는 방식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남북 물물교환 사업이 미국의 대북 제재로 불발됐음에도 작은교역 추진의사를 밝힌 가운데 828일엔 금강산 기업인들을 만나 개별관광 의지도 밝혔다. 작은교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대상이 아닌 북 기업을 대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물물교환 방식으로 하는 남북교류를 개별관광은 한국민이 3국을 경유하는 북 관광을 의미한다.

 

이 장관의 작은교역·개별관광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의를 보내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남북교류사업에 대한 이장관의 집념이 크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통일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평가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의와 평가엔 현 시기 북미관계와 한미관계, 남북관계에서 비롯되는 정세흐름에 대한 인식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이인영의 작은교역·개별관광은 미 대북제재 틀 내에서 취하는 남북교류 방식이다. 그 방식에 북이 응할 리는 없다. 북은 민족자주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미국의 간섭과 개입에 포박되지 말 것을 수 없이 주문했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미굴종적이라며 된통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는 북이 작은 교역이나 개별관광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돌파구가 된다는 이 장관의 인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인영의 작은교역·개별관광은 남북교류의 낮은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 여타의 남북교류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그 어떤 비전도 갖고 있지 않다.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한 비전 역시 담고 있지 않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이 정치적 쇼라고 하는 건 정확한 지적이다.

 

이인영의 작은교역·개별관광 구상이 기반하고 있는 토대가 있다. 통일이 아닌 평화만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론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일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 미래로 멀리 밀어두고 당장엔 남북간이 평화로 공존하자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평화공존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따로 또 함께를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평화공존 개념을 적극 사용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간에 적용하려는 평화공존론은 명백히 환상이다. 평화는 남북 간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반도 평화는 미국을 빼놓고선 개념으로조차도 성립될 수가 없으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역시 미국을 빼놓고서는 불가능하다. 현실이 그렇다. 북미관계 정상화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한반도 평화인 것이다.

이렇듯 평화공존론은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정립됐다. 평화공존론은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본질을 표현하고 있는 여러 현실들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 현실들을 상당히 왜곡하고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공존론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립된 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으며 논리로서의 체계성도 일정 획득하고 있다. 평화공존론은 6.15시대 때 나왔다. 당시 조국통일운동은 통일방안으로 연합연방제6.15공동선언 2항에 적시할 정도로 높게 발전했다. 북에서는 이를 위한 민족통일기구 수립 문제까지 제기했다. 그렇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를 비롯한 개혁진영에서는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한국사회 개혁진영은 대신 부각시킨 게 평화공존론이었다. 미국이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자주통일진영의 진출이 확장되는 것을 저지하고 왜곡하기 위해 제공한 것이었다.

 

평화공존론은 분단체제에 대한 극복인 통일문제에서 벗어나 분단체제를 인정하고 분단체제에서 살아가기 위해 한국사회 개혁세력이 취하고 있는 존재방식이다. 평화공존론이 갖고 있는 치명성은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을 인정.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공존론은 민주당의 장기집권전략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장기집권전략은 이해찬 대표가 시시때때로 강조했고 최근 민주당 대표 이임식에서도 언급한 민주당 20년 집권론이다. 통일은 하지 않아도 평화를 구축하는 것을 통해 민주당이 이후 20여년 간 집권을 한다는 의미다.

 

이인영의 작은교역·개별관광은 평화공존론이 그렇듯 완전 환상이다. 정세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기제 또한 전혀 아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북미관계 한미관계의 원리 그리고 그에 따르는 현실에 의하면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개선은 어떤 경우에도 양립할 수가 없다. 이 장관은 그러나 그 원리와 현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기 10.4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통일이라는 말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많이 닮아 있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이인영은 문재인 정부가 미 국방부의 주문에 따라 북침전쟁훈련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함께 벌이는 과정에서도 그랬듯 이후에도 민주당 20년 집권을 위해 평화공존론을 바닥에 깔면서 작은교역·개별관광을 끊임없이 언급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눈에 장관 이인영은 그렇게 뜬 구름 위에 올라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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