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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더하기/수다

술과 밥

by 전선에서 2020. 9. 4.




술과 밥



술을 깨겠다고 이른 아침

6시 50분에 밥을 먹는다

꿀도 한 숟갈 퍼 먹었다

귀리가 들어간 오독오독 씹히는 밥과 계란국아,

내 몸에 남은 알콜을 몰아내 다오

어릴땐 자고 나면 술이 깨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밥을 먹어야

술이 깬다는 걸 알고는

(아마 나이를 먹어서일까?)

조금이라도 밥을 먹었다

술을 깨우는 밥

이것도 밥심인가?


간밤에 나를 취하게 한

흑맥주와 치킨은 

약간의 잔여물만 남기고 사라졌는데

반성을 하겠다며

술과 안주를 장만해 온 남편은

애벌레가 되어 

간혹 한번씩 꿈틀댈 뿐이다

일어나시오, 늦지 않으려면...


이래서 나는 술이 싫으다

티비는 혼자 아침까지 떠들고 있고

상 위는 이런저런 잔해로 널브러졌고

그래서 양치는 하고 잤던가 기억이 없고

속은 살짝 부대끼고

노트북도 끄지 않아 민경훈(버즈)은

4시간이 넘도록 이어폰에서 혼자 애절했을거고

제대로 이불을 덮지 않아 발이 시렸다

아침에 일어나 맞이하는 이런 상태

나는 술이 싫으다

술 취하는게 싫으다

술 취한 내가 

술이

싫여

싫다니깐!


간밤에 뭔 얘길 나눴더라?

경계도시2와

국가보안법과

어머니 우순례 여사님과

또... 또... 

반성문과

아, 반성문!

반성문을 써 오랬더니 술을 사왔다

아직 철이 안 드신 남편께서... 


그래, 당신의 반성문을 기대하겠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정돈된 글씨체로

나를 감동시켜보시오

그러면 용서가 앞당겨질수 있을지도?


삐리링삐삐 삐리링또또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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