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고 가을이 온다
54일간의 장마였다고 한다.
구례, 합천을 비롯 수해지역 농민들 피해가 너무 크다.
장마와 태풍도 물론이고 장마 이후 햇빛에 고추는 탄저병이 들어 수확이 힘들다고 한다.
긴 비가 주고가는 습기가 집안에도 곳곳에 쌓였다.
바짝 말리려던 양파는 반 이상이 병들었다.
안방, 주방, 작은방, 베란다... 비가 들이치고 스며들어 퀴퀴해졌다.
장마 끝나고 며칠은 폭염이 이어졌다.
좋은 건 딱 하나, 빨래가 잘 마른다는 것!
어떤 친구는 광복절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꺽인다던데
내게 한여름 더위는
9월 13일 전후는 돼야 물러가더라.
긴 머리를 여름내도록 틀어올리거나 묶어두었다가
비로소 목덜미 아래로 풀어낼 수 있는 때가
바로 그 즈음이기 때문이다.
아직 중순은 아니지만 어제 저녁은 정말 아름다웠다.
9월을 넘기니 비로소 가을 냄새가 났다.
어슴프레한 저녁의 쓸쓸한 빛깔과 기온이 딱 가을초입의 그것이다.
좋구나, 가을...
드디어 가는구나, 여름...
베란다에 나간 김에 수건을 걷어왔다.
바사삭 잘 말랐다.
바람과 볕에 잘 마른 빨래,
그래, 이게 진짜지.
등짝이 더워 잠못들던 밤도 이젠 끝나고
도톰한 이불을 꺼내
발부터 목까지 끌어 덮었다
그러나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시절이다.
앞으로 태풍이 또 몇 개 온단다.
코로나는 여전히 맹위다.
너 어떻게 할 거냐고 재촉하는 빚쟁이처럼
계절이, 시대가 묻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 촛불집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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