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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트럼프는 왜, 남북대화무용론을

by 전선에서 2017. 9. 4.

​​트럼프는 왜, 느닷없이 '남북대화무용론'을 갖고 나온 것일까?
<분석과 전망>패배 혹은 항복을 늦춰보려는 계산된 지연전략



​ 보이스는 문재인이지만 워딩은 백악관에서 공수된 것


북의 6차핵시험에 대해 트럼프는 '레드 라인'을 넘어선 역대 최대의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선택지가 트럼프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것이다. 질서없이 어지럽게 말이다.

그 선택지에 군사적 대응이 없을 것은 당연하다.

북의 6차핵시험이 미국의 본토를 핵화염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공포의 균형’이라는 개념이 전문가들에게서 벗어나 일반 사람들에게로까지 널리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군사적 대응은 다만 수사의 범주에서는 쉼 없이 거론될 것이다.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정치기제로서는 적절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고강도 제재와 압박 조치를 취하겠다며 분주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쯤에 선뜻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하나 있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
3일 트럼프는 그렇게 트윗을 날렸다. 의미심장하게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언뜻 보면 외교적 수사다. 그러나 그 워딩은 문재인정부에게는 외교적 수사일 수가 없다. 곧바로 정치 영역으로 옮겨와 정치력을 발휘하는 위력적인 정치실체가 된다.

뜻은 간단하다. 문재인정부에 대해 대북 유화적 태도를 가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겁박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미국이 대북관계와 관련 문재인정부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집요하게 압력을 가해왔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한미 간 특수한 정치역학관계상 흔히 있는 일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미국의 지배지휘력이 언제라도 관철되는 나라다. 미국에 가장 만만하고 쉬운 나라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면서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었다. 그 무슨 대단한 외교성과인 냥 부풀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미국을 모르고 정세를 외면했을 때 갖게 되는 순진하고 낭만적인 발상이었다.

문재인정부는 트럼프의 대화무용론에 대해 일단, 꿈쩍도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휘둘리는 정도는 이후 더 높아질 것이며 어떨 때는 아예 스스로 알아서 기는 행태를 내보이기도 할 것이다.

촛불혁명을 전개했던 국민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넓고 제대로 보자.

트럼프가 왜, 이 시기에 느닷없다 싶을 정도로 생뚱맞게 '남북대화무용론'을 내대고 있는가?

단순히 접근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말하면서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묶어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허나,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트럼프가 남북대화무용론을 갖고 나오는 것은 나름 머릴 써서 내놓는 전략적 태세다.

정세발전의 흐름에 의하면 남북대화는 머지않아 될 수 밖에 없다. 필연이다. 문재인정부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이 지금 정치적 스탠스를 어떻게 취하느냐 하는 것과도 상관이 없다.

북이 정세를 예견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잡아 공세적으로
남북대화를 제기해 나설 수도 있다. 기존 문재인정부가 제기했던 내용들을 다 망라하되 보다 근본적인 내용을 곁들여서 말이다.

남북대화의 필연성은 정세발전의 합법칙성이다.

이를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제대로 그리고 정확히 알고 있다. 제 아무리 특별한 그 무슨 정치기도를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남북대화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트럼프가 알고 있을 치명적인 사실은 하나 더 있다. 이후에 재개될 남북대화가 김대중 노무현 시기 때 즉, 6.15시대 때의 남북대화와는 다르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후 재개될 남북대화는 일반적 시기에 있게되는 이벤트 같은 그런 남북대화가 아니다. 이른바, 근본적인 남북대화다. 한미동맹과 정면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남북대화인 것이다.
남북대화가 한미동맹과 충돌한다는 것은 남북대화가 한미동맹을 해체하는 것을 그 방향으로 해 전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역사적 대전환기에서 이후에 있을 남북대화가 갖는 본질적 위상이다.

남북대화를 막을 수 없는 조건에서 남북대화와 관련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전략은 지연전략이다. 지연전략은 물론 남북대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북미대화 지연전략이다.

트럼프가 문재인정부에게 느닷없다 싶게 남북대화무용론을 던진 것은 이처럼 지연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지연전략이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결론은 간단하다.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미국이 취하는 지연전략에는 그 지연전략을 파탄 낼 수 있는 요인들이 다량으로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력시위와 한국의 친미반북세력들이 요청하는 전술핵 배치 그리고 미국의 비현실주의자들이 무턱대고 외우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이 그 지연전략들이다.
다들 북의 핵미사일 전력화를 막겠다고 고민되고 제출되는 것들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북미.남북대화를 어렵게 하는 근본장애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동시에 한결같이 다 북의 핵미사일 전력화의 구실이고 명분으로 작동되는 것들이며 종국에는 남북대화를 한미동맹과 충돌시키는 방향에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다. 모순의 극대화인 셈이다. 그 무슨 정치공학적 셈법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현실과 괴리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며 현실과 괴리되는 정치를 트럼프가 구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북이 미 타격용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날, 트럼프가 '지켜보겠다'(we'll see)면서 '남북대화무용론'을 강조하는 행태는 아무래도 더 할 나위 없이 작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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