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573 눈을 기다리며 눈을 기다리며 권말선 창을 열면 꼭 눈이 와 있을 것 같다. 눈이 내리면 하얗게 눈 쌓여 있는 길을 달려 네게 가련다 네 따스한 목을 안고 그보다 더 따스한 입술을 훔쳐 오리라 저 혼자 부풀은 가슴 새벽이 마음껏 설레인다 창을 열면 꼭 눈이 와 있을 것 같다 눈 속에서 아름다운 네가 붉은 꽃으로 서성일 것만 같다 2014. 3. 17. 당신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당신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권말선 향 그윽한 커피 담긴 머그잔이 되고 싶어 잠시 쉬어 가는 길가에 살며시 웃는 과꽃이 되고 싶어 하루를 깨우며 찾아가는 잉크냄새 품은 신문이나 어두운 집안에 들어 섰을때 맨 먼저 켜지는 불, 그 전등이 되었으면 문득 바라 본 저녁 하늘에 일찍 나온 별님의 반가운 눈인사가 되고 싶어 늘 곁에 두고 조금씩 읽는 책 속의 알알이 박힌 글자들이나 한없이 울적할 때나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 그 가락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창을 어루만지는 햇살과 당신의 피로를 감싸주는 밤의 어둠과 당신의 폐속에 건강하게 넘치는 공기 그 모든 것 중 하나라도 될 수 있다면 어쩌면 당신이 읽어 줄 지 모를 이 詩가 될까 내가 당신에게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2014. 3. 17. 송지 1 송지 1 권말선 어떤 한 사람에 대하여 질투, 우정, 그리움같은 아리따운 감정들을 처음 느끼게 해 준 그녀! 열다섯 푸르른 시절에 먼 밤하늘의 달무리와 시리도록 흰 별님을 볼 때면 그녀를 떠올렸고 오래오래 사랑할거라 다짐했었지 욕심내어 얻고 싶었던 나의 가장 멋진 친구 멀리 떨어져 있어 다 나누지 못했던 아쉬운 우정 알공달공 엮어서 오늘 그녀의 웃음에 반짝이로 달아 주고파 松芝,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녀 2014. 3. 17. 딸을 생각하며 딸을 생각하며 권말선 별아, 두 팔 벌려 안아줄께 이리 오렴, 예쁜 딸. 수밀도같은 네 두 볼에 따뜻한 내 입술을 대어 보련다 까만 눈동자 들여다 보며 희망 가득한 너의 미래를 함께 얘기하자 투정부리고 시샘하고 울보이기까지 한 다섯살, 나의 귀여운 딸 별아, 네 땀으로 너의 길을 만들렴 내 눈물로 네 보석을 엮어 줄께 그리고 너를 주신 우리 하느님이 부디 언제까지나 너를 지켜 주시기를! 네가 참말로 나의 어여쁜 딸인지 어디, 따스한 네 손 좀 잡아 보자꾸나 2014. 3. 17. 여자 여자 권말선 가을이라고 계절이 익어간다고 길이 늘어진 까만 스커트 한 장을 사 입었지요 걸을 때 마다 사북사북 들리는 옷자락 노랫소리 즐겁습니다. 스물 나이에는 선머슴이었는데 서른, 이제사 여자가 되고 싶은 건 가을 하늘처럼 파아란 설레임 때문일까요 2014. 3. 17. 사모 사모 권말선 나의 그리움 나의 외로움 내 은밀한 기쁨이었지 나의 고독 나의 허전함 나의 기도였으며 나의 눈멀음 나의 열망 나의 꿈 나의 기다림이었다가 이제는 내 잠의 뒤척임, 나의 어리석음을 지나 내 가슴에 한무리 모닥불이 되었네 아름다운 당신 2014. 3. 17. 보리밭 소년 보리밭 소년 권말선 초록이 물감처럼 번지던 그 옛날의 보리밭에는 이름도 모르는 어여쁜 소년이 내 마음속으로 달려 오고 있었지 그 맑고 투명한 눈망울속으로 이슬처럼 젖어 들던 어린 날의 설레임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따뜻한 시절이지만 때때로 그 날이 그리워지지 한 소년이 보리밭을 가로질러 내게로 왔고 사슴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가만히 나와 함께 눈 맞추던 날 2014. 3. 17. 커피와 당신 커피와 당신 권말선 나는 커피가 좋아 혼자 생각에 잠겨 마시는 것도 좋지만 특히나 당신이 건네 주는 자판기커피를 좋아해 매끈한 종이컵으로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마치 당신의 눈빛처럼 정답게 느껴지거든. 호르륵 호르륵 거리며 조금씩 그 달고 진한 액체, 못내 아쉽기만한 인연, 더 뜨거울 수 없고 점점 식어가다가 결국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 우리들의 인연같은 혹은 당신의 한정된 사랑같은 커피를 마시지. 그렇게도 여린 사랑 그렇게도 여린 따뜻함 그렇게도 아쉬운 인연 이 녹아 있는 그래서 더욱 달고 향기로운 나는 자판기커피를 좋아해 짤랑. 짤랑. 동전을 넣고 '밀크커피' 누르고 쪼르르륵 다 쏟아지길 기다려 자판기에서 건네 받은 다음 저벅저벅 내게로 다가와 슬며시 내밀어 주는 당신의 c.o.f.f.e.e. 2014. 3. 17. 며칠째 내리는 비 며칠째 내리는 비 권말선 며칠째 내리는 뿌연 빗줄기 속에서 비운의 사나이, 석고대죄하는 왕자의 뒷모습이 들썩거린다 사나흘 앓던 그리움은 어느새 욱신거리는 근육통으로 번져 갔고 어깨를 두드리며 팔을 두드리며 아비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저 남자를 그저 애처롭게 바라만 보고 있다 얼른 용기를 내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가 달려가 왕자를 꼬드겨 차라리 주막에나 함께 가자 해야 할텐데 욱신거리는 근육통 욱신거리는 근육통 움직일 수가 없다 2014. 3. 17. 이전 1 ··· 165 166 167 168 169 170 171 ··· 1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