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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별 권말선 슬퍼하지 말기를 기쁘게 받아 들이기를 후회하지 않기를 좋은 일이라 소문내기를 돌아 보는 일 없기를 더 이상 미련두지 않으며 잘 한 일이라 칭찬 듣기를 그리고 변함없이 열심히 살기를 이별도 사랑이다. 2014. 3. 17.
향수 향수 권말선 내 어릴 적 살던 고향...... 낮은 산 아래, 그보다 좀 더 낮은 언덕을 끼고 작은 시내 돌돌 흘러 내리던 곳. 그때는 몰랐었지, 시냇물 첨벙대며 뛰어다니고, 언덕에 올라 잔디를 밟으며 메뚜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한여름 굵은 소낙비에 개울이 불면 치마를 걷어 부치고 강으로 들어가서 긴 머리 풀어헤쳐 감곤 했었지. 허리굽혀 흐르는 강에 머리를 담그면 강물 따라 가지런히 흘러내리던 까만 머리카락들! 누가 키워 주지 않아도 저절로 꽃 피던 봉숭아, 두엄위에서 아버지 키보다 높이 자라던 노란 해바라기, 두려움을 무릎쓰고 올라가 놀던 나이 든 감나무야, 옆집 담너머에서 툭 떨어져 오던 노랗게 익은 살구와 돌담 사이사이 돋아 나던 정구지도 그리워... 이름도 다 모를 풀꽃들은 철철.. 2014. 3. 17.
수선화 수선화 권말선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꿈, 태연히 돌아서지 못할 못내 아쉬운 이별. 폭우속에 떠내려 간 노란 그리움. 홀로 남은 그 향기를 언제쯤, 언제쯤이면 돌려 줄 수 있을지... 긴 아픔이 꽃잎으로 피었다. 2014. 3. 17.
저녁 노을 저녁 노을 권말선 우리 두 사람 지금 이렇게 서 있네요 어슴프레 저녁은 내리고...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지만 울고 있는 가슴을 그대도 아시죠? 담배 연기 속에서 그대 눈빛도 떨리고 있네요. 사랑하는 그대여. 우린 정말 이별하나요?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는데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나요? 그대 왜 나를 외면하나요? 사랑하면서도 돌아서야 하는 그대를 알 수 없어요. 안녕, 악수를 나누었어도 사랑하는 이여, 우리 정말 헤어지나요? 이젠 나를 돌아섰나요? 저녁노을 아래에 우리 두 사람 이렇게 멀어지네요. 2014. 3. 17.
나무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권말선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그 한 나무! 먼 곳에 저 혼자 서서 아닌 듯 가벼운 손짓을 한다. 참 이상스러운 나무, 처음 대하는 생소한 모습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저 - 나무. 바람결에 실어 조그만 소리로 무언가를 자꾸만 얘기하는데...... 발걸음이 느려지고, 지나치고 난 후에도 돌아보고, 멀어진 뒤에도 그 모습이 아른거려. 가다 보면 또 그런 나무 서 있을까? 나무, 나무, 그 한 나무. 거만한 잎사귀를 휭 흔들며 잠깐 스치는 길 가에 환영처럼 멀어져 버린 알 수 없는 이름. 노래처럼 사연처럼 속삭이던 목소리 하필이면 내게, 내 심장 언저리에 싸아하게 박혔다. 아, 아무도 모르는 따갑고도 즐거운 비밀 한 가닥 2014. 3. 17.
7월의 사랑 7월의 사랑 권말선 한여름 짙푸른 더위 속에 신기루처럼 스쳐가는 인연을 보았어요. 손 닿을 듯 가까운 거기에 있을 때는 그냥 장난스레 웃기만 했었지요. 이제는 볼 수 없는 멀어져 가는 낯설은 얼굴인데. 그대 알지도 못하시는 이 쓸모없는 그리움, 나조차도 부끄러운 가슴 떨리는 기다림을 햇빛 뜨거운 날 툭툭 털어 널어 두면 나 모르게 어느새 부서질 듯 말라 버릴테죠? 그래도 행여, 그대 모르실까?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커다란 바위처럼 자꾸만 그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 입가에서 맴도는 그대 그리운 이름이여 2014. 3. 17.
편지 편지 권말선 지금 보내는 이 편지, 내일이면 네 손 끝에. 내 짧은 이야기에도 미소지을 그리운 너를 생각하며 이 새벽 너는 잠들어 있겠지만 나는 한 줄 편지를 쓴다 사랑, 그리움, 감사, 그리고 기쁨까지 모두 담아서. 2014. 3. 17.
그리움 그리움 권말선 그대는 내게서 너무 먼 사람. 그래도 날마다 가슴 아리게 생각나는 사람. 2014. 3. 17.
커피를 마시며 커피를 마시며 권말선 고요하던 마음에 불현듯 어둔 그림자 밀려올 때는 무엇보다 미운 것이 야물지 못한 내 마음이라. 달고 진하게 커피 한 잔 타서 방 한 쪽에 쪼그리고 앉아 한 모금, 한 모금씩 나의 어리석음 삼켜본다 지나고 보면 모두 한 번의 헛웃음으로 끝날 수 있는 그리 큰 일은 아니었던 것들, 커피잔이 빌 때쯤엔 내 황량한 뱃속도 포만감으로 채워지고 아, 이젠 눈물 보이지 말자 돌아보면 후회만 쌓일 뿐이지 빈 커피잔 앞에 두고 조용히 돌아 보는 눈물 흘리며 후회도 하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울며 웃었던 철없는 나의 하루, 하루여.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