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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당신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by 전선에서 2014. 3. 17.

당신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권말선



향 그윽한 커피 담긴
머그잔이 되고 싶어

잠시 쉬어 가는 길가에
살며시 웃는 과꽃이 되고 싶어

하루를 깨우며 찾아가는
잉크냄새 품은 신문이나

어두운 집안에 들어 섰을때
맨 먼저 켜지는 불, 그 전등이 되었으면

문득 바라 본 저녁 하늘에
일찍 나온 별님의 반가운 눈인사가 되고 싶어

늘 곁에 두고 조금씩 읽는 책 속의
알알이 박힌 글자들이나

한없이 울적할 때나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 그 가락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창을 어루만지는 햇살과
당신의 피로를 감싸주는 밤의 어둠과
당신의 폐속에 건강하게 넘치는 공기

그 모든 것 중 하나라도 될 수 있다면

어쩌면 당신이 읽어 줄 지 모를
이 詩가 될까

내가 당신에게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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