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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손톱 권말선 손톱, 사랑을 향해 조금씩 자라나는 투명한 그리움 손톱 정성스레 다듬는 날은 그리워 쓸쓸해 진 맘 달래 보는 날 봉숭아 꽃물 예쁘게 들이면 사랑도 빠알갛게 영글어갈까 손톱 쉬지 않고 자라나지만 사랑은 여전히 멀리에 있네 2014. 3. 17.
몸살 몸살 권말선 아팠어요. 거울을 보면 글썽이는 눈망울의 낯선 여자가 눈물 떨구지도 못한 채로 서 있었죠 아팠어요. 가슴에 박힌 묵직한 통증은 이내 온 몸으로 퍼져 세포 곳곳을 찔러댔죠 허나 걱정은 말으세요 가볍거나 심하거나 이렇게 한차례 휩쓸고 지나 가면 쓸쓸해도 또 한동안은 견뎌지니까 아니예요 아주 조금 아팠을 뿐예요. 출렁이는 그리움 다 못삭인 어리석은 제 탓이지요. 2014. 3. 17.
비 내리는 밤 비 내리는 밤 권말선 비 내리는 봄 밤, 당신 생각에 젖어 창가에 머리 기대고 서서 멍하니 창 밖 바라보네 빗줄기, 창문에 두근대는 소리는 마치 저- 어느날의 젖은 당신의 목소리, 목소리처럼 들려 오고 울먹이는 가슴으로 창가에 기대어 비껴 흐르는 당신 모습 바라보고 있네. 네온등 붉은 입술은 빗물에 씻겨 촉촉히 흘러 내리는데 당신, 당신도 지금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빗줄기, 저 빗줄기 바라보며 창가에 기대 서서 내 모습 보고 있는지 바라 보고 있는지... 2014. 3. 17.
방황 방황 권말선 긴 길을 걸어 가고 있네 내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 내 마음엔 다른 길이 있네 또한 걸어 보고 싶은 미지의 길 가지 못할 길을 동경한 탓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네 길은 아직 멀고 먼데... 언제고 꼭 그 길을 걸어 봐야지 맨발로 걸어 봐야지 나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리라 시린 눈밭도 밟아 보리라 힘껏 달려 보리라 그 길 위에 누워 하늘을 보리라 고 중얼 거렸네 걷다 말고 길 위에 멈춰 서서 글썽이고 있는 나를 보네 끝도 없는 길 위에 울고 서 있네 2014. 3. 17.
어떤 꽃 이야기 어떤 꽃 이야기 권말선 3월도 오기 전에 피어난 꽃은 이름도 모르는 흰꽃이예요. 작은 방 창가 화분 속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꽃을 피워낸 키다리 흰꽃대장 살고 있어서 아침마다 우렁차게 호령을 해요. 장딸막한 꽃나무는 추위에 얼어 죽었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족보도 모르는 녀석 - 말라깽이 풀꽃이 이제는 대장이지요 이끼풀도 꼼짝 못할 키다리예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론 그 녀석을 존경한다우 한겨울 창가 베란다는 무지 추워요 나는 가끔 물주는 걸 깜빡하구요 꽃나무가 얼어 죽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런데 그 녀석은 꽃을 피우니 추위와 배고픔과 무관심도 아랑곳없이 3월도 오기 전에 피워냈으니 정말로 그 녀석이 기특하구요 용감무쌍한 멋쟁이 같아요. 물 주러 가는 길에 슬쩍 다가가 너같이 멋진 꽃은 첨본다고 꽃잎.. 2014. 3. 17.
사과를 깎으며 사과를 깎으며 권말선 나도 이 사과처럼 껍데기를 벗고 부끄럼없는 하얀 속살로 당신앞에 환희 웃을 날 있을까요. 나를 다 내어주고도 더 주지못해 안타까운, 화려하지 않아도 커다란 마음를 가진 그런 사랑이고 싶어요. 동그랗게 껍질을 깎아 예쁜 접시에 담아 내면 내가 당신께 드리는 건 조촐한 휴식의 제물, 사과보다 향긋하고픈 내 안의 사랑. 피곤한 저녁의 한 순간 사과 한 알 속에 가득 찬 달콤함과 여유를 당신께 바칩니다. 오늘은 나도 사과가 되어 내 가진 모든걸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2014. 3. 17.
고백 고백 권말선 아름다운 사람이여, 그대 내 마음 알고 있나요 그대가 만약 내게 손 내밀면 나는 말없이 그 손을 잡을 거예요 그대 내 말 듣고 있나요 여전히 그댈 사랑하고 있어요. 내게로 한걸음 더 다가오세요 나 여기서 그댈 기다리고 있어요 2014. 3. 17.
포장마차 연가 포장마차 연가 권말선 그대여 오늘은 단둘이서 호젓한 강가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 한 그릇에 소주 서너 잔 나눠 마시자 달님과 별님들의 노래에 귀를 맡기고 맑은 소주잔 가볍게 부딪히면서 사랑도 마시고 꿈도 마시자 술 한 잔에 취하고 그윽히 바라보는 그대 눈길에 또한 흠뻑 취하고 싶어라 강물에 잠든 어린 고기는 내일의 여정을 앞에 두고 설레이며 뒤척이겠지 마지막 술잔을 모두 비우면 우리도 손잡고 함께 떠나자 아무도 모르는 동굴속으로 그대여 우리 오늘은 천막으로 지은 자그만 별장에서 입술이 앵두처럼 보일때 까지만 술을 마시자 2014. 3. 17.
어비리 저수지 어비리 저수지 권말선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 저수지 푸른 바람따라 물결 일렁이네 걸음을 멈추고 그 작은 바다를 보네. 마을을 한바퀴 쓰다듬고서 바다야 너는 어디로 흘러 가니 갈릴리 바닷가 고기낚던 어부는 그물을 버려 두고 몸만 떠났네 어비리 저수지 푸른 바람 푸른 비린내 손짓하는 물결은 지나는 행인마다 불러 세우고 낡은 저 그물을 던지라 하네 던져 보라 하네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