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시::권말선456

고래의 꿈 고래의 꿈 -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 넋을 위로합니다. 미안합니다. 권말선 ​ 엄마, 두려움 잠시 잊고 가만히 눈 감은 채 꿈을 꾸듯 바다속을 여행할래요 짙고 푸른 바닷물이 되어 이 바다를 살짝 출렁이게 하고 싶어요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쓰다듬어 주세요​ 엄마, 일렁이는 물결 느껴지나요? ​ 어여쁜 한 마리 고래가 되어 친구들과 숨바꼭질도 할래요 산호 뒤에 숨고 모래 속에 숨을래요 보세요, 바다에서도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어요 용궁에도 다녀올게요 병든 용왕, 의뭉한 자라는 없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갔던 놀이동산처럼 꽃들이 나를 반기며 알록달록 웃고 있어요. 바다를 다 누비고 다녔더니 이제 저녁이 되었네요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 멀리서 들려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게요 따뜻하게 나를 안아 .. 2014. 4. 23.
게으른 하루 게으른 하루 권말선 우체국에 들렀다가 찬거리를 사서 동네 성당 앞마당 무늬만 나무인 의자에 앉다 바람은 새소리는 풀잎은 한가롭고 햇빛은 내 눈꺼풀에서 조을다 나도 졸음 올 것 같아 하늘 올려다 본다 나뭇가지들 서로 건너다보며 수다를 풀고 하릴없는 지붕, 전기줄, 십자가는 하늘 도화지에 뾰족뾰죽 그림 그리고 그 틈에 껴서 찰칵찰칵 찍고 지우고 또 찍으며 같이 놀다 한참 멍하니 노는데 멀리서 개 짖는다 '그만 놀고 집에 가소, 밥 안하나?' (2014 04 11) 2014. 4. 14.
해를 잡아라! 해를 잡아라! 권말선 해가 빠지려는 저녁은 온 동네가 그야말로 시끌벅적 떠들썩 분주합니다. 해는 그저 제 갈 길 가려고 서산을 타고 넘는데 보내기 싫은, 깜깜한 밤이 오는 게 싫은 아이들이 해을 붙잡아 두려 안달이 났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가지를 쭈욱 쭉 뻗어 해를 묶었습니다. "야호! 우리가 잡았어!" 하지만 해는 귀찮다는 듯 유유히 가버립니다. 축구골대가 큰소리 칩니다. "기다려봐, 내 그물에 철렁 걸릴 것 같아!" 그렇지만 해는 또 스물스물 넘어 갑니다. 다급해진 건물이 크게 소리쳤습니다. "야, 누가 어떻게 좀 해 봐!!" 그 소릴 듣고 지나던 비행기가 나섭니다. "가만 있어봐, 내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비행기가 신이 나서 해를 쫓아 갑니다. 어? 아, 이런... 방향을 잘 못 잡았네요. .. 2014. 4. 8.
[시] 드레스덴 유감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pooq87 드레스덴 유감 권말선 왕이 되기는커녕 망신만 당한 이솝우화 ‘까마귀 깃털’처럼 위선과 가면으로 치장한 드레스덴 연설 다까끼 마사오 향한 讚父歌 애처롭기도 하지 핵을 버리면 빵을 주겠노라 망상에 빠진 인심 참 후해라 뜨르르하다 소문난 지하자원 어떻게든 캐오고 싶겠지 7.4 6.15 10.4 다 빼버린 말로만 ‘우리는 한 민족’ 타령 ‘그리운 금강산’ 들으며 찍어 낸 눈물의 의미 전쟁을 해서라도 금강산 뺏어오고 싶단 뜻일까 이산가족 눈물 진정 가슴 아프다면 평양점령 상정 쌍용훈련 당장 그만 해야겠네 허울 좋은 연설일랑 집어치고 사상최대 규모 우리 경찰 비호 받으며 우리 땅, 우리나라 사람에게 웃으며 총구 겨누는 야만스런 미군 할 수 있다면.. 2014. 4. 1.
어머니의 함박웃음 어머니의 함박웃음 정점남 어머니 영전에 바치는 시 권말선 어머니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맑은 웃음 한 없이 고운 그 웃음 소녀 같고 아기 같은 함박웃음 머금은 채 손 잡아주시고 사탕 쥐어주시고 과자 챙겨주시며 누구나 아들처럼 누구나 딸처럼 사랑으로 대해주시던 어머니, 포근한 그 얼굴 해맑은 웃음 온 누리 딸들에게 아들들에게 물려 주시려 긴 세월 고난의 삶 사시면서도 잃지 않으셨나보다 보석 같이 빛나는 어머니 웃음! 어머니, 우리 어머니 함박웃음 머금은 채 먼 길 떠나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그대로 우리민족의 얼, 조선의 어머니시니 비바람 온 몸으로 맞으며 100년 넘게 살아 오신 아픔 많은 그 세월 이제 모두 바꾸어 웃음 넘치는 세상 만들자 굳은 다짐하며 아들, 딸들 소중한 어머니 웃음 가슴에 고.. 2014. 3. 20.
두 개의 선 두 개의 선 권말선 왼쪽과 오른쪽을 평행으로 달리는 가느다란 두 개의 선 서로를 향해 기울어 하나의 점에서 만나면 굵은 선이 될 닮은 그들 우리 이제 하나로 만나자고 왼쪽 선이 슬쩍 오른쪽으로 기울면 냉큼 그만큼의 기울기로 달아나서 도로 평행을 유지하고 마는 오른쪽 선 손 내밀며 다시 다가오는 왼쪽 선과 화를 내며 또 기울어버리는 오른쪽 선 이만큼 다가오고 저만큼 달아나 버리길 반복하는 닮은 그들 왼쪽 선 피해 자꾸만 달아나는 오른쪽 선, 저러다 점점 구부러지고 꺾여 곡선도 직선도 아닌 게 되고 평행도 무너져버리면 결국 지나 온 자기 선과 부딪혀 콕! 찌르고 말 것 같아 둘은 원래 한 점에서 출발한 하나였음을 기억하고 닮은 서로를 얼싸안고 더 튼튼한 선으로 그려진다면 선이 산이 되고 집이 되고 꽃나무 되.. 2014. 3. 20.
봄날엔 함빡 봄날엔 함빡 권말선 봄이 오면 꽃씨들에게 자유를 주어야지 마당 넓은 집에 살게 되면 마당가에 담을 따라 꽃밭 만들리라던 욕심 접고 한 뼘 마당 없는 집 떠나 드넓은 벌판으로 꽃들의 묵은 잠 깨워 줘야지 그리고 오가며 만나는 모든 풀 꽃 나무 다정히 바라봐야지 쓰다듬어 줘야지 넓디 너른 마당은 울타리로도 철망으로도 가둘 수 없는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 땅 전부인 것을 꽃씨 자유로울 봄날 우리도 기어이 자유 찾아 자유를 찾아 내 나라 방방곡곡 서로 오가며 우리민족끼리 함빡 웃을 수 있겠지 봄날엔 우리도 꽃처럼 함빡함빡 웃자 웃자 웃어 보자 2014-01-15 2014. 3. 20.
여수 동백꽃 여수 동백꽃 권말선 겨울바람 앞에 당당한 동백을 두고 누가 꽃은 따슨 봄날에 핀다 했나 누가 꽃을 가을 지나면 시든다 했나 초록 잎사귀에도 붉음 배들 것 같다 저 태양햇살 온 몸에 휘 감고 추위 아금아금 견뎌내는 고고한 미소여 붉디붉은 꽃잎은 겨울 한 철 그대의 자랑인가 환청인 듯 떠도는 여순항쟁 민중의 피울음인가 아직 남해바다 지키고 선 장군의 넋이런가 꽃잎 아래 두 손 보듬고 기다리면 네 붉음 뚝뚝 손바닥에 고일 것만 같아 네 붉음 금새 심장에 스밀 것만 같아 바닷바람 찬 공기 우는 파도에도 거칠 것 없이 피는 동백 꽃무리처럼 우리도 뭉글뭉글 더 붉게 피어야겠네 2014-01-06 2014. 3. 20.
농민시인 정설교 농민시인 정설교 권말선 국가보안법은 농민시인 정설교, 그에게서 땅, 붓, 연필 모두 앗아갔다. 그리고 조국 향한 사랑도 멈추라 한다. ‘민중의 뱃심보다 자본의 뒷주머니만 채우게 되는 가엾은 농부는 이 땅의 주인이 아니잖아‘ 고통받는 사람들 서럽고 불쌍해 탐욕스런 위정자들이 미워 그는 술을 마셨다 그래도 아픔 가시지 않아 그림을 그렸다 시를 읊었다 미제도, 독재 권력도 순박한 그의 호통이, 저항이 무섭고 두려워 춘천교도소에 가뒀다 그렇게 가두면 다 빼앗을 수 있을 줄 알았던가. ‘반민주 시대에 누구는 절필을 선언했다지만 표현의 자유는 누가 거저 가져다주지 않지요. 작가들의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지요‘ 농자천하지대본 외치던 그림 그리는 농민시인 정설교 그의 저항이 진정 옳았음을 두려움, 고통 다 이겨 낸 그.. 2014.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