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선
권말선
왼쪽과 오른쪽을
평행으로 달리는
가느다란 두 개의 선
서로를 향해 기울어
하나의 점에서 만나면
굵은 선이 될 닮은 그들
우리 이제 하나로 만나자고
왼쪽 선이 슬쩍 오른쪽으로 기울면
냉큼 그만큼의 기울기로 달아나서
도로 평행을 유지하고 마는
오른쪽 선
손 내밀며 다시 다가오는
왼쪽 선과
화를 내며 또 기울어버리는
오른쪽 선
이만큼 다가오고
저만큼 달아나 버리길
반복하는 닮은 그들
왼쪽 선 피해 자꾸만 달아나는
오른쪽 선, 저러다
점점 구부러지고 꺾여
곡선도 직선도 아닌 게 되고
평행도 무너져버리면
결국 지나 온 자기 선과 부딪혀
콕! 찌르고 말 것 같아
둘은 원래 한 점에서 출발한
하나였음을 기억하고
닮은 서로를 얼싸안고
더 튼튼한 선으로 그려진다면
선이 산이 되고
집이 되고 꽃나무 되고
사람들 웃는 얼굴도 되어
보드란 붓이
알록달록 색칠해 주는
아름다운 세상 펼칠 수 있을 텐데
아아, 저러다 결국
오른쪽 선은
스스로를 찌를 것만 같아
툭! 부러질 것만 같아
불안불안
불안불안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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