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하루
권말선
우체국에 들렀다가
찬거리를 사서
동네 성당 앞마당
무늬만 나무인 의자에 앉다
바람은
새소리는
풀잎은
한가롭고
햇빛은 내 눈꺼풀에서
조을다
나도 졸음 올 것 같아
하늘 올려다 본다
나뭇가지들
서로 건너다보며
수다를 풀고
하릴없는 지붕, 전기줄, 십자가는
하늘 도화지에
뾰족뾰죽 그림 그리고
그 틈에 껴서
찰칵찰칵
찍고
지우고
또 찍으며
같이 놀다
한참 멍하니 노는데
멀리서 개 짖는다
'그만 놀고 집에 가소,
밥 안하나?'
(2014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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