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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할머니의 젓갈

by 전선에서 2017. 8. 11.



할머니의 젓갈

 


          권말선



우리 할머니가 담근 젓갈이예요. 할머니는 젓갈 장사로 자식들 키우고 손주들 용돈도 주셨어요. 손주들 다 컸는데 아직도 집에서 젓갈 담그세요. 젓갈은 할머니 인생이예요.

 

붉디 붉은 색깔 만큼의

진한 땀을 흘리셨을거야

쫑쫑 청양고추 썰어넣으며

매운 눈물 꽤나 흘리셨겠지

와삭 씹히는 마늘 알갱이

가슴 쓰라린 날도 많았을거야

톡톡 아낌없이 털어넣은 참깨

자식 손주 웃음은 그처럼 꼬소했으리

낙지 오징어에 갖은 재료 넣고 버무린

손수 담그신 할머니표 사랑

 

정규직이라 참 좋아요. 입사 첫날의 인사를 그렇게 했던 느릿한 말투의 딸 또래 직장동료. 회사에서 점심을 직접 해먹는다니 (엄마 또래인 나를 포함) 언니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보내주신 젓갈, 접시에 살살 옮겨 담으며 젓갈은 할머니 인생이예요.” 뽈또그리한 색깔에 매콤한 젓갈은 눈물 나게 매운 세상살이에도 예쁜 맘 간직하라는 할머니 당부. 그 사랑 부러워 할머니 젓갈 듬뿍 사다 저녁을 먹으, 먼 훗날 내 손주들은 할머니 인생을 무엇이었다고 할까, 하는 생각에 우습기도하고 또 부끄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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