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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거미줄처럼

by 전선에서 2017. 8. 6.



거미줄처럼


    권말선


 

억센 제주 바닷바람

고스란히 다 맞으며

펄럭펄럭 나부끼는 저것은

깃발의 함성도

나뭇잎의 숙명도

옷깃의 그리움도 아닌


거미줄

 

한허리 쉬었다 불지도

아침참은 잠잠하지도

한밤엔 자는 것도 아닌

사철 무시로 불어와

*올오롯이 맞을 걸 알면서

왜 거기다 지었을까


거미는

 

목이 좋아 몇 놈쯤이야

쉬 건질 수 있어서인가

하마 못 잊을 반려와

절절한 언약의 그 곳인가

출렁임은 탄성彈性만이 아닌

저만 아는 탄성歎聲 있는 걸까


아으아흐아둥-두둥

 

둥실한 배 속 전설을 풀어

긴 다리 두렁두렁 넘어가며

피아노 혹은 거문고 아쟁

현의 선율 중 고운 것만 따다

너만 아는 접착의 끈으로

너만의 궁을 지었겠지



그러련다, 오늘부터 나도

바람에 거미줄 출렁이듯

두렴 없이 나의 시 나의 혼

이리저리 술술 날려 보내

그대를 불러보련다

인연을 엮어볼란다


숭덩숭덩



*올오롯이 : '진득이'의 제주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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