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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철 없는 마눌

by 전선에서 2017. 8. 6.


철 없는 마눌


       권말선


 

일요일만 돈벌이 하는 남편

비 오면 치는

벼룩시장 난전에서

비 젖은 空日

피는 바짝바짝 말라라 


그늘막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들락날락하는 비에 화풀이하며

탁배기 한 사발 따라놓고

담뱃불 막 붙이려는 찰나

어슬렁 지나는 저 손님

앗, 마수걸이 해 볼까 엉덩이 들썩이는데 


비 오니 고만 집에 오라고

여그 비 철철 오는데

거그 비 안 오는가며 수시로

전화에 문자에 카톡으로 잔소리질 


비와서 장사 못하면

담배며 술값은 뭐...

마누라 살살 꼬드긴대도

물건 값이며 차비는 어쩌나 싶은데 


철없는 저 마눌

그런 사정 안중에도 없이

고만 접고 막걸리에 파전이나 먹자며

문자는 왜 또 씹냐며 성질만 바락바락


에라, 비 핑계대며 집에 갈까

내가 장가는 잘 갔어 

돈 안 벌어도 좋으니 집에 오라네

탁배기 한 사발에 취했부렀는가

허허, 허허 웃는게지... 웃어야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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