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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분래 이모를 위하여

by 전선에서 2017. 9. 6.

 

 

분래 이모를 위하여

 

            권말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소녀를 기리는

작은 소녀상 책상위에 올려놓고

<조분래>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일본놈들에게 끌려가

울며 몸부림치다

한 달 만에 주검 되어 돌아왔다는

분래 이모 생각하며

 

자그만 키에

작은 눈 작은 입술

밤볼에 낮은 콧등

손발도 유난히 작고

부끄럼 많이 타는

열다섯 살 소녀

어머니와 또 나와

닮았을 우리 이모

 

지금쯤 이모는

새가 되었을까

나비가 되었을까

외할머니 품에 안겨 평화로울까

풀지 못한 한이

불현듯 심장을 헤집을 때면

분노와 고통에 떨며 

빠알갛게 울고 있지는 않을까

 

사죄를 모르는 저 일제 순사놈들과

아직도 우리 땅 넘보는 전쟁귀축들과

우리 민족 괴롭히는 일본극우들에 맞서

<조분래> 그 이름으로 함께 싸워야지

침묵 깨고 당당히 일어선 모든 할머니들과 

죽음 너머에서 '평화나비'로 돌아 온 소녀들과

만사람이 하나로 딴딴히 뭉쳐 싸워 이겨야지 

소녀들 앞에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려야지

 

볼을 타고 주륵 흐를 듯

그렁한 눈물

꼭꼭 말아 쥔 주먹

앙다문 입 

맨발의 단발머리

분래 이모 바라보며

이겨야지, 꼭 이겨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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