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시::권말선

[시] 사드는 전쟁이다

by 전선에서 2017. 9. 11.



사드는 전쟁이다


          권말선



1

추가로 사드를 들이겠다며

국방부가 통보한 날

사람들은 사드를 막으러 

성주로 몰려갔다


소성리 가는 길목마다 

밤은 검은 벽으로 막아 나섰고

가로등 없는 산길에 

경찰차만 두 눈 부릅뜨고서

‘가지마라, 사드가 안전하게 들어올 때까지 

아무도 성주에 가지마라‘ 으름장을 놓았다


“사드배치가 완료될 때까지 성주엔 차도 사람도 절대 못 들어가요” 

잡아먹을 듯 덤비는 경찰 

“아니, 갈 테다! 산을 타고서라도, 길을 만들어서라도 갈 테다!”

맞서는 사람들



2

사드 막으려 

도로에 드러누워 인간방패를 쌓은 사람들과

사드 들이려

사지를 잡아당겨 인간방패 뜯어내는 경찰들


경찰이 어떻게 사람들을 짓밟고 있는지

온 밤 온 세상으로 인터넷을 타고 중계되었고

몇 시간을 걷고 또 달려 마을로 들어섰을 때

마을회관 앞은 전쟁터,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의 절규, 함성, 울부짖음이

때리는 파도처럼 철퍽철퍽 가슴에 부딪쳤다

‘아, 저기 사람들이, 사람들이, 사람들이…’


“우린 너희와 싸우고 싶은 게 아니야

너희들은 다 내 자식 같은 녀석들이야

밤새 사람들 때리고 뜯어 내야했어?

그 힘으로 미국놈에게 맞서야지

대한민국 경찰이라면 당당하게 

미국놈과 싸웠어야지

어디 또 팔다리 잡아당겨봐라

어디 또 팔다리 꺾어봐라

어디 또 막말 지껄여봐라

여긴 우리 땅이야, 우리 마을이야

사드 막으려는 500명을 제압하겠다고

폭력경찰 8,000명이 몰려오다니,

미국놈의 사드를

우리한테 필요도 없는 사드를 들여오려고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경찰과 몸싸움 하는 동안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유유히 길을 타고 흐르듯 굴러가는

사.드.괴.물

수류탄인 듯 성주참외가

성주참외가 수류탄 되어

사드 실은 차량 향해 날아가고

펑펑 터져서 사드를 박살내야 할 수류탄은

맥없이 퍽퍽 터져버리고

참외를 던지던 사람들은 하나 둘

망연하여 주저앉아 

통곡 한다, 악을 쓴다

“아아…, 사드가 또 들어왔어, 다 들어오고 말았어!”



3

분노에 절규하는 사람들

“광화문으로 가야한다

청와대로 가야한다

문재인에게 요만큼이라도 

기대했던 내가 순진했어,

환경영향평가

국회동의

절차와 정당성

다 거짓말이었던거야!”


사드는 절대 

대한민국을 위한 사드가 아니다

미국을 위한 ‘미국사드’인게다

인권변호사였던 문재인이

인권을 짓밟고 

종교를 짓밟고

민심을 짓밟고

미국사드를 

신주단지처럼 모셔왔다

아아, 대한민국 성주마저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되었는가

대한민국 촛불대통령은

미제의 용병이 되고 말았는가


지금 절실한 건 대화인데

대화할 입을 두고 

악수할 손을 두고

국민의 피로 무기를 사는

민중의 눈물을 강요하는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어디선가 찢어질 듯 

터져 나온 외침

“미국은 나가라 

사드 들고 꺼져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사드를 허락하는

문재인을 규탄한다!”



4

몸싸움에 벗겨진 신발들 쌓이고

폭력경찰에게 뺏은 방패가 쌓이고

물병이 참외조각이 널브러지고

처박힌 십자가 나뒹구는 제단

찢어진 구호 찢어진 옷자락

찢겨진 가슴들이 눈물에 불어

뒹굴고 있는 마을회관 앞


“미국놈들이 우리 땅에

억지로 갖다놓았지만

우리는 사드를 허락한 적 없습니다

사드를 완전히 철거할 때까지 

성주·김천 주민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성주에서 사드가 철거되어야 비로소 해방이라고

성주의 사드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사드라며

일 년이 훌쩍 넘도록 싸워온 사람들

멍들고 부르튼 주먹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러쥔 투쟁의 주먹은

다시 하늘 향해 솟는다


“미국사드 미국으로,

사드가고 평화오라!


미군은 사드 가지고 이 땅을 떠나라!”




- 2017. 9. 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