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가고 싶다
권말선
너는 산이다
백두산이다
백두에 피어난
꽃이다 풀이다
천지의 맑은 물 머금은
백두산 사람이다
어린아이로
학생으로
청년으로
어른으로
모이고 모여
가정도 마을도 만들고
마침내 큰가정 이루듯
애어린 풀씨로
푸른 땅 딛고 자라
너보다 큰 꽃나무
그 보다 더 우쭐한
그 보다 더 쑥자란
우람한 나무 만나
비로소 높은 산
백두산 되었구나
너는 백두산 사람
천지의 맑은 물에
몸 담그고
천지의 맑은 기운
가슴에 품고
백두의 우렁한 호흡에
아침해 맞는
너는 백두밀림 속
풀이다 꽃이다 나무다
가끔 생각해 본다
삶이 나른함에 젖어들고
머리가 혼란에 빠질 때
심장이 오염되려 할 때
천지에 나를 담그면
한사발 마시고 나면
맑아질 수 있을까
깨끗해질 수 있을까
아, 백두에 오르고 싶다
가면서 널 만나고 싶다
백두의 풀 백두의 나무
백두의 전설 새긴 숲길
한 발 한 발 꼭꼭 디디며
숲으로 기다리고 있을
너를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아침해 몸 담그는
천지의 맑은 물
그 기운으로 시를 쓰는
백두의 순결한
풀꽃나무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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