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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국정원이 납치했다

by 전선에서 2016. 5. 1.

국정원이 납치했다

 

            권말선

 


3만 정도 된다더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

 

환상을 품고 온 사람 중 더러는

곱게 화장하고 종편에 나오고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어떤 이는

풍선을 날렸으니 돈 달라며 뉴스에 나오고

더러 꼬임에 빠져 온 사람들은 울먹이며

나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하고

원치 않았는데 오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사람들은 어디가고 서슬 퍼런 언사만 판문점을 넘나들까

 

마스크를 쓰고 큰 가방 끌고 온 사람들

왔다는 사진만 보여주고 다른 소식은 없는

이름과 고향과 나이와 얼굴을 보여주며

구구절절 절박했던 사연을 풀어내며

그 곳이 얼마나 억압과 가난이 넘치는지

이곳을 평소 얼마나 동경해 왔는지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으로 동네방네

대문짝만하게 선전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왜!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서슬 퍼런 말들만 오갈까

 

3만 정도 된다더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

 

야비한 음지의 권력

국정원이 득세하는 줄

조작과 협박과 거짓의 달인

온갖 더러운 댓글 마구 쏟아내고

필요하면 죽음마저 꾸며대며

분단이라는 먹이사슬 저 위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순진한 이들을 이용해 먹는 줄

아마 꿈에도 몰랐겠지

 

허니 이제 더는 아무도 오지 마시라

이 땅이 지옥 아닌 지상낙원 되었을 때

3만 아니, 30, 삼천만 모두 오시라

오천만이 올라갈 테니

팔천만이 왈그락달그락 넘나들며

재미나게 살면 얼마나 좋으리

 

국정원

썩은 권력 없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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