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납치했다
권말선
3만 정도 된다더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
환상을 품고 온 사람 중 더러는
곱게 화장하고 종편에 나오고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어떤 이는
풍선을 날렸으니 돈 달라며 뉴스에 나오고
더러 꼬임에 빠져 온 사람들은 울먹이며
“나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하고
원치 않았는데 오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사람들은 어디가고 서슬 퍼런 언사만 판문점을 넘나들까
마스크를 쓰고 큰 가방 끌고 온 사람들
왔다는 사진만 보여주고 다른 소식은 없는
이름과 고향과 나이와 얼굴을 보여주며
구구절절 절박했던 사연을 풀어내며
그 곳이 얼마나 억압과 가난이 넘치는지
이곳을 평소 얼마나 동경해 왔는지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으로 동네방네
대문짝만하게 선전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왜!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서슬 퍼런 말들만 오갈까
3만 정도 된다더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
야비한 음지의 권력
국정원이 득세하는 줄
조작과 협박과 거짓의 달인
온갖 더러운 댓글 마구 쏟아내고
필요하면 죽음마저 꾸며대며
분단이라는 먹이사슬 저 위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순진한 이들을 이용해 먹는 줄
아마 꿈에도 몰랐겠지
허니 이제 더는 아무도 오지 마시라
이 땅이 지옥 아닌 지상낙원 되었을 때
3만 아니, 30만, 삼천만 모두 오시라
오천만이 올라갈 테니
팔천만이 왈그락달그락 넘나들며
재미나게 살면 얼마나 좋으리
국정원,
썩은 권력 없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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