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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영광군 언니들

by 전선에서 2016. 7. 1.




영광군 언니들


 권말선


쌀과자 모시송편 

조개 새우 굴비 장어 

바리바리 챙겨서 

전라남도 영광군의 순옥이가

언니 보러 간다네

반도의 남서쪽 광주공항에서 

반도의 북동쪽 갈마공항까지


오이냉채 호박전 배추전

수박 토마토 참외 

광주리마다 그득그득 마련해 놓고

함경남도 영광군의 금옥 언니

순옥이를 기다리네

들판 지나 산을 넘고 바다 보며

남녘 도시 북녘 도시 두루 거쳐오겠지


북녘의 영광군 남녘의 영광군

같은 이름의 고장에 살고

금옥이, 순옥이 이름도 비슷해

만나니 금세 언니 동생 되었었지


아무렴, 우리야 다 형제인걸

방바닥에 커다랗게 지도 펼치고

손가락 따듬따듬 짚어가며

도시이름 마을이름 살펴보면

닮은 이름들 어찌 그리 많은지 

반도 땅 그 품에 옹기종기 사는

얼굴도 이름도 비슷비슷한

아무렴, 우리야 다 자매인걸


반짝이는 은하수 별빛아래

순옥이 남도 사투리에 깔깔웃다가

금옥언니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우리 내년엔 바닷가 영광군 가서

순옥이네 사투리 배워 오자야!”

알록달록 이야기꽃 그칠 새 없이

남녘 언니 북녘 언니 깔깔대는 밤

은하수도 신이 나서 참방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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