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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미국의 선핵폐기론을 페기시키고 핵군축으로 나아가려는 북한

by 전선에서 2016. 2. 23.

미국의 선핵폐기론을 폐기시키고 핵군축으로 나아가려는 북한

<분석과전망>북미 평협논의가 갖는 의미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북미가 북한의 4차 핵 시험 몇 일 전에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했지만 결렬되고 말았다. 평협논의가 깨지게 된 이유는 보도에 따르면 평협체결 대화탁에 미국이 핵문제를 올렸고 북한이 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평협논의는 결렬과 상관없이 북미대결전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흔들리는 미국의 선핵폐기론

 

미국의 선핵폐기론이 폐기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그 하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평화협정 교섭이 가능하다는 것이 선핵폐기론이다. 미국의 기본입장이다.


선핵폐기론의 폐기는 현실적으로 이번 평협논의를 성립시킨 결정적 조건이었다. 평협논의를 통해 확인된 미국의 선핵폐기론 폐기가 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북미대결전에서 갖는 의미는 적지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동안 미국의 선핵폐기론은 핵관련이든 평협관련이든 북미대화가 이때껏 열리지 않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동을 해왔었다.

현실은 미국의 선핵폐기론이 북미대결전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슨 카드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도 없이 보여준다. 미국이 현실적이지 않게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원칙 아닌 원칙일 뿐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번 평협논의를 통해 저 스스로 선핵폐기론을 일시적으로나마 폐기함으로써 선핵폐기론의 역할이 다 소진되었음을 드러내 주었던 것이다.

 

때마침 중국의 새로운 북핵접근법도 선핵폐기론이 역할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북핵문제 접근법으로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의 연동을 제시한 것이다. 왕이 부장의 제안은 중국이 견지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안정, 대화라는 북핵3원칙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고 대립하는 냉엄한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진전된 입장은 미국의 선핵폐기론을 위협하는 것으로 위치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평협논의는 비록 결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핵폐기론이 머지않아 폐기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드러내준 것이었다.

 

선핵폐기론 폐기에 불안해하는 박근혜정부

 

선핵폐기론 폐기의 조짐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불안해하는 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번 평협논의에서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외교부가 나서서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의 기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힌 것에서 먼저 확인된다. 선핵폐기론이 흔들리는 것에 크게 당황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크게 한번 출렁하며 흔들리는 선핵폐기론을 깜짝 놀라 꽉 붙잡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이어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북한 문제 관련 제반 사항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말을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미국이 아니라 박근혜정부가 나서서 강조하는 것에서 미국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 말고 달리 읽히는 것은 없다.

 

북미평협논의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불안감은 통일부의 반응에서는 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통일부가 "평화협정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닌, 한국이 주도적으로 주체가 돼야 한다"고 한 것이다. 통일부가 느닷없다 싶게 평협의 주체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평협 관련 북미대화가 이후로 다시 시작될 수도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것들은 한미동맹 그리고 그로 인한 한미관계의 돈독함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미국을 위한 것일뿐 박근혜정부와는 상관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미평협논의와 관련해 내보이는 박근혜정부의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쉽게 납득이 된다

 

세계의 핵군축문제로 진입한 북핵문제

 

이번 북미 평협논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평협문제와 북핵미사일 고도화 문제가 별개의 범주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탄 시험을 결정한 것은 1215일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날 수소탄 시험 진행 명령서에 결재를 한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1210일 수소탄 발언을 처음 꺼냈던 것을 상기해보면 물론, 그 이전일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이 핵시험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미국에 평협논의를 제의했을 것임을 짐작케해준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진정성 있는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핵시험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평협논의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거절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이 의도적으로 평화협정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 21일자에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며 손을 내밀고 뒤로는 핵개발을 추진한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 관련 가장 흔하고 쉽게 접하게 되는 분석들이다. 사실, 현실성이 떨어져 신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분석에 반북이라는 정치성을 개입시켰을 때 나오는 전형적인 분석들이어서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그러한 분석류를 관제분석으로 치부를 하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한다.

 

북한은 4차 핵시험 후 곧바로 공화국정부성명을 발표하여 대조선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자신이 핵개발을 하게 된 동기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이었음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성명은 아울러 우리 군대와 인민은 주체혁명위업의 천만년미래를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우리의 정의로운 핵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부단히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핵위협에 대응해 핵을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핵의 성격을 달리 설정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반미를 뛰어넘는 주체혁명위업범주에 핵을 위상시켜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2013년 북한이 핵경제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이미 기정사실화로 굳어진 것이어서다.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

공화국정부 성명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북미핵대결전에서 대단히 관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는 북한이 자주권을 침해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핵 이전을 할 수도 있음을 역설적으로 확인시켜준다. 핵기술 이전은 군사적 패권으로 세계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게는 치명적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현 시기 정립되어있는 세계의 핵 체계와 질서를 뿌리 채 흔들어버리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갖는 핵심적 의미가 있다. 북핵이 이미 폐기의 범주에서 벗어나 핵군축의 범주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이 의도하는 핵군축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비핵화와 연동해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국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면서 그 조건으로 핵시험 중단을 제시하고 최근에도 그것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북핵이 핵군축 범주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된다.


북한의 핵군축은 그 무슨 원칙이나 원론의 범주가 아니다. 현실인 것이다. 미국에서도 또렷히 확인된다. 미국의 유명한 대북전문가들인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와 윌리암 페리 전 국방부 장관 그리고 38노스 운영자인 조웰 위트 연구원들이 제안하고 있는 핵동결'이 북한이 의도하는 핵군축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이것들은 핵미사일 능력고도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북미대결전에서 그 누구도 간과할 수도 간과해서도 안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북한이 평협체결 논의에 미국이 핵무기 관련 논의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수용하지 않고 평협논의를 결렬시켰던 것은 평협과 북핵폐기가 전혀 다른 범주라는 것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된다.

 

이후에도 북한은 이번 평협논의가 결렬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협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핵미사일 능력고도화에 박차 또한 여전히 가하게 될 것이다.

 

관건은 미국의 태세다. 미국이 선핵폐기론을 일시적으로나마 폐기했던 것에 방점을 찍게 되면 실타래같은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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