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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이제 일어나셔요

by 전선에서 2015. 12. 4.




이제 일어나셔요


      권말선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어쩌면 자녀들 이름을 

그리 곱게 지으셨나요? 

한 번 뵌 적도 없는 분인데 

세 자녀의 이름을 듣고는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어떤 염원을 품고 계신지

충분히 짐작이 되어 그만 왈칵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어르신, 어느 먼 꿈길 속을

도라지 한 바구니 캐 놓고

그득한 기쁨에 허허 웃으시며

막걸리 한 순배 나누고 계십니까

그러다 흥에 겨워 들썩들썩

마을 사람들과 꽹과리 치며

마을길 돌고 계십니까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얼마나 달콤한 꿈길이길래

오시는 길을 잊으셨습니까


혹 아직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계십니까

매캐한 연기 날리는 불안의 도로를

그 날처럼 맨 앞에서 주먹 불끈 쥐고

독재정권 타도! 농민생존권 쟁취!

핍박받는 민중의 한에 가슴 저리며

잡혀간 동지의 소식을 쫓아

어느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계십니까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아직 거기를 떠나지 못하고

민주의 봄꽃을 찾아 헤매십니까


어르신, 혹 저 먼 산등성을 오르십니까

누가 함께 가자 알려주었습니까

한시도 놓지 않았을 통일의 꿈

그 날이 오면 한달음에 달려갈 백두산

어쩌면 그 곳에서 따당 당따당 땅따당

꿈꾸다 스러져간 아름다운 혼 다 깨워서

꽹과리 치며 함께 울고 웃으십니까


어르신, 그 좋은 곳 혼자 가지 마셔요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지치면 서로 업어주며

늘 그랬던 것처럼 동지와 함께

꽹과리 치고 북 치고 노래하며

걷고 또 걸어도 마냥 행복할 그 곳,

그 곳으로 우리 손 잡고 함께 가셔요


어르신, 백남기 어르신!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아스팔트 위로 함성이 쏟아집니다


기계를 돌리던 손은 불끈 쥔 주먹이 되고

콩자루 쌀자루는 깃발로 펄럭입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들도 딸들도

폭압의 독재를 꺾으려고

정의의 칼날을 세우려고 

광장을 울리는 함성이 되었습니다

일어나 함께 외치셔야지요


어르신! 긴 세월 생을 다 바쳐 

꿈꾸자, 함께 저항하자 깨우쳐 놓고

머나먼 길 혼자 떠나지 마셔요

더 이상 뺏기지 않을 민주의 들판 

우리가 더 곱게 가꿀 도라지꽃 

우리 손 잡고 함께 오를 백두산

우리의 승리가 저기 있습니다.


어르신, 이제 일어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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