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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서울간다 아잉교

by 전선에서 2015. 10. 22.




서울간다 아잉교


            권말선

 


할매, 허리가 어예 그리 마이 굽었능교,

자석들 키우기 힘들었는갑쏘?

 

어데, 자석들이야 다 지 알아서 뻔듯하게 컸쟤

 

그라믄 농사지서 먹고 살기가 어려벘는갑쏘?

 

아이라, 풀떼기만 먹고 살았지만서도 굶지는 아했쟤

 

그람 뭔 고생을 많이 혀서 허리도 꼬부라지고

흰머리도 이래 퍼슬퍼슬하고 글쏘?

 

내가 쎄빠지게 농사져노믄

홀랑 뺏아가서 지 배 채우는 놈들땀시 글치

심들게 농사 진 쌀 헐값에 사서

지가 비싸게 팔아묵고

, 그것도 모잘라서 미국거튼디서

쌀 수입해다 또 팔아 묵고

지 애비가 일정때부텀 떵떵거렸다드마,

허는 짓이 꼭 지 애비를 닮았는가베

그기 다 알고보믄 우리겉은 농부덜 피 빨아묵는기지

얼마나 뺏아 쳐뭇으믄 배때지 띵띵한기

기름기 쟐쟐 흐르쟎여

그 놈들 보믄 억장이 무너져!

거머리 겉은 놈들

 

글쿠마요. 고넘들이 나쁜넘들이요.

백성은 생각 안 허고 지들 배만 불릴라 카고

에이, 써글 넘들!

근디 할매, 어데 풀 베러 가시는갑쏘?

 

으은지, 내도 참을 맨큼 참았는디 인쟈 못 참것어서

그 거머리거튼 넘들 잡으러 서울갈라꼬

아들, 손주 다 여그서 농사짓고 살아야 할낀데

갸들도 내그치 피 빨아멕히사 되긋나

아이고, 무시라, 무시라!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나네

내 오늘은 이 거머리겉은 눔들 배때지를 고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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