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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염증치료

by 전선에서 2016. 1. 16.

염증치료

 

           권말선



입안이 헐어 염증이 생겼다

밥 먹을 때 붕어처럼 겨우 뻐끔거리고

평소 같으면 적당히 매워서 좋을 음식

염증에 닿아 눈물 핑 돌게 화끈거린다

소금물로 헹굴 때도 상처에 닿아

우리하고 얼얼하고 따꼼하다

고 작은 염증에 온 신경이 긴장한다

 

한 며칠 입에 난 염증도 이렇게 아픈데

칠십년 간 박혀있는 뾰족한 철조망을

반도야, 너는 어찌 견디고 있느냐

땅도 흙도 쉬고 섞여야 건강한데

그 어느 것도 누리지 못한 채

긴긴 날 그렇게 찔려만 있으니

반도야, 너는 어찌 숨 쉬고 있느냐

 

미군이 내뿜는 고엽제, 탄저균, 포름알데히드

한미전쟁연습에 파이고 깎여가며

더러운 4대강 녹조도 한 몫 거들어

반도의 남쪽 염증에 신음하는데 이젠

성노예 일삼던 치떨리는 일제놈들

재침을 꿈꾸며 자위대까지 기어든다니

가엾어라, 식민의 화병으로 몸저 누웠구나

 

호미도 낫도 빡빡 갈아 날 번뜩 세우자

독초 같은 미군도 철조망도 뽑아내고

음지에 기생하는 돌연변이 잡초도

슬금슬금 기어드는 왜군도 다 쳐내자

가시에 찔리고 땀범벅이 되더라도

염증을 치료하고 새 생명이 돋도록

새 세상, 새 빛, 새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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