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왜 평화협정을 강조하는 것일까?
<분석과전망> ‘핵 폐기’ 대 ‘핵 군축’ 충돌전선을 핵군축 전선으로 이동시키려는 것인가
북한이 최 근래에 들어 평화협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원론의 강조, 원칙의 되풀이 정도로 볼 수 없는 측면이 많이 집힌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 조선노동당 70돐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지 않았다. 북한을 잘 안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것이었다.
아울러 북한은 또 다시 핵 군축문제를 언급해 나섰다. 물론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부분적인 언급 수준이기는 하다.
평화협정 문제와 장거리로켓 발사 유예 그리고 핵군축 문제 등을 서로 연동시켜보는 것은 현 시기 북미대결전의 양상을 제대로 짚어보는 데에서 나름 유의미한 공정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군축 문제 언급
“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 군비 경쟁도 종식시킬 수 있고 평화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
북한이 17일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성명이었다.
‘핵 군비 경쟁 종식’. 단연 주목되는 표현이다. 핵 군축을 의미하는 것이며 ‘핵 동결’의 다른 표현이기도하다.
미국은 북핵에 대해 언제라도, ‘폐기’를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16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에서 확인되는 것도 이것이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성명은 이어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북한을 위협했다.
공동성명은 아울러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인다면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밝히고도 있다.
'억지.제재.대화'라는 기존 대북접근법 틀 그대로다.
북핵을 둘러싼 이러한 북미대결전은 단순히 접근하면 대단히 자연스러운 양태로 읽힌다. 하지만 이 대립은 극히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핵 폐기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와는 달리 핵 군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주목해야할 그 구체들이다.
이는 현 북미대결전선이 전선을 핵 폐기 전선으로 복귀시키려는 미국과 핵 군축 전선으로 이동시키려는 북한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전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핵폐기 전선으로 복귀냐’ 대 ‘핵군축 전선으로 이동이냐’를 둘러싸고 형성된 전선인 것이다.
미국의 핵 폐기 전선은 북한을 2005년 9.19공동성명 때의 전선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이 9.19공동성명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고 또한 9.19공동성명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미국의 9.19공동성명 복귀에 대해 북한은 당연하게도 반박했다.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난 시기 비핵화문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유관 측들의 주장을 고려하여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먼저 해보기도 하였고 또 핵문제와 평화보장문제를 동시에 논의해보기도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은 실패를 면치 못하였으며 설사 한때 부분적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하여도 그 이행에로는 옮겨지지 못하였다"라고 한 것이다.
전선은 힘과 힘이 치열하게 맞붙어 충돌하는 지점의 총합이다. 맞붙는 힘이 그대로 지속되면 즉 균형을 이루게 되면 복귀냐 이동이냐 하는 현 전선은 언제까지고 지속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전선은 복귀되거나 이동하게 된다.
북한의 힘이 약화되게 되면 북한은 핵 군축 전선 이동 시도를 포기하고 핵 폐기 전선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미국의 힘이 약화된다면 전선은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핵 군축 전선에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부각시키고 있는 평화협정문제
전선의 복귀 내지는 이동과 연동하여 최근에 가장 주목되는 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담론이다.
북한이 최근 평화협정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이달 초 70차 유엔총회에서였다. 리 수용 외무상이 유엔 연설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이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지난 7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들고 나왔다.
이어 17일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대결과 긴장격화의 악순환 고리를 결정적으로 끊어버리기 위하여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모든 문제에 선행시켜야 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북한이 평화협정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 두 번 만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제기에 대해 북한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세흐름은 북한의 평화협정 강조가 단순히 원론의 되풀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무성성명은 한반도 평화 보장 방법은 두 가지 뿐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중추로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해 미국의 핵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는 것을 그 한가지라고 했다. 이를 냉전의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의 방법인 셈이다.
성명은 평화협정의 절박성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조선반도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쟁발발의 위험을 제거하고 항구적인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여야 할 절박한 요구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당위로부터 출발했다.
이어 8.25합의를 상기시키는 등 구체적으로 접근했다. "북남사이에 가까스로 합의가 이룩되였지만 그것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이행되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이제 한번 더 긴장이 격화되어 군사분계선상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전면전에로 확전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라고 주장을 한 것이다.
성명은 당연하게도, 미국에 대한 위협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성명은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외면하거나 그에 조건부를 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세상에 낱낱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기꺼이 상대해주는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평화협정 담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북미대결전 전선을 핵군축 전선으로 이동시키려는 것과 무관할 수가 없다.
평화협정은 9.19공동성명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의제다. 문제는 그것이 핵 폐기에 상응해서 나온 것이었다면 지금은 핵 군축에 상응해서 평화협정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평화협정
북한이 당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거나 이어 4차핵시험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도 평화협정 제안 그리고 핵 군축 전선으로의 이동을 도모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해석할 수가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 및 4차핵시험은 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설령 하는 것 역시도 공히 마찬가지로 정세의 핵심적 규정력으로 될 수밖에 없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으로서는 상기하기 싫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현 시기 도달한 핵미사일능력이 작동시키고 있는 원리다. 예컨대 북한이 이후 장거리로켓발사 및 4차핵시험을 하는 것 역시도 동북아정세를 긴장시키기는 하겠지만 종국적으로는 북미대결전 구도를 핵군축 전선으로 이동시키고 평화협정 문제를 현실화 데에 결정적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앞에 미국이 처해있는 진퇴양난의 본질적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이번 북한의 로켓발사 유예를 두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제분석들은 그런 점에서 로켓 능력이 북미대결전에서 차지하는 본질적 의미와 성격을 왜곡하는 극히 정치적 행위로 된다.
‘핵 폐기’ 대 ‘핵 군축’이 충돌하는 현 전선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미국이 원하는 핵 폐기 전선으로 복귀되거나 북한이 원하는 핵군축전선으로 이동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전문가들도 확정적으로 그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그 전망과 관련하여 매우 또렷한 징후들이 머지않아 확인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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