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 대 ‘미 대북적대정책 폐기’
<분석과전망>북미대결전 종식의 새로운 경로
북한의 핵 미사일 공세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이 또 다시 정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언뜻 보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핵시험 앞으로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이 비치적대며 끌려 나가는 모양새다.
지금의 북미핵대결전은 과거와 어떻게 다를 것인가?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 더 미더운 기반에서 더 나은 위성을 운반하기 위해 발사 장소를 고르고 있다"
북한 우주개발국 현광일 과학개발국장이 지난 23일 평양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서 한 말이다. 미국 언론 CNN을 불러들여 지난 5월 완공된 종합지휘소 외관을 구경시켜주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종합지휘소 완공을 직접 시찰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 국장은 그렇게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여러 개의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는 말도 덧붙혔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돈되고 있는 것도 포착되었다. 발사대에 가림막이 설치되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큰소리를 쳤다. 24일 연합뉴스에 "무조건 내달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둔 시점에서 발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한 것이다.
4차 핵시험 징후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 18일 북한 풍계리 핵시험장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보도를 했다.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으면서 장거리 로켓발사 그리고 핵 시험 가능성을 이렇듯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은 반발했다.
국무부와 국방부를 내세워 ‘무책임한 도발’을 자제하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언급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1874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존 케리 국무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북한이 자제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협도 가했다.
이것들은 북한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이 2012년 2.29합의 즈음 이래 또 다시 전면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 미사일을 둘러싸고 또 다시 벌어지는 북미대결전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또 과거와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전문가들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한결 같이 제기하는 문제다. 북미대결전이 한 없이 깊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북미대결전의 종식 경로와 관련된 문제다.
이를 전망해보기 위해서는 현 시기 북미대결전의 본질적 양상 내지는 위상을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2012년 2.29합의는 북미핵대결전을 ‘핵 동결’ 대 ‘대북적대정책 폐기’로 전환시킨 분수령
핵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은 초기시기에는 ‘북 핵 폐기’ 대 ‘미 대북대결정책 폐기’라는 대립구도로 전개되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이 성립시킨 대립구도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대북대결정책을 폐기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며 북미관계정상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9.19공동성명의 골자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9.19공동성명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대결정책을 한껏 강화시킨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그것을 대표한다.
북한은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대응을 한다.
9.19공동성명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폐기’ 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의 폐기’의 대립구도가 북미대결전의 종식경로로서는 폐기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은 강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특별한 것이었다. 2012년 2.29합의에 북한이 제시한 변화된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이 시작되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적극적으로 예고했다. 북한의 정치일정상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장거리 로켓발사를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의 중요한 정치행사 중에 하나로 설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해 2월 29일 미국과의 대화를 갖고 ‘핵 동결’이라는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다. 2.29합의였다.
북한은 2.29합의를 통해 핵 시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영변에서의 핵 활동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미국에 합의해주었다.
북한이 미국에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을 합의해주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9.19공동성명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면서 북한이 재가동한 핵 미사일 능력고도화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대북대결정책 폐기를 강제할 수 있을 수준으로 고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을 가지고 나오는 북한에 대해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마뜩치가 않았을 것이었다. 미국 입장으로서는 북한의 ‘핵 동결’에 대북적대정책 폐기로 조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애초 ‘핵 폐기’에 조응시켜왔던 탓이다. 미국은 결국,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2.29합의에 응했다.
2.29는 이렇듯 누가 보아도 불완전한 합의였다.
북한은 2.29합의가 이루어진 보름 뒤인 3월 16일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4월 12~16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방향으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 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공개를 한 것이다.
미국은 당연하게도 반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들고 나왔으며 이어 북한이 로켓을 실제 발사할 경우 그것은 '2.29합의'에 저촉된다고도 했다.
외교적 압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4월 7일 밀사단을 공군 전투기에 태워 평양으로 보낸 것이 그것이었다. 다니엘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시드니 사일러 북한담당관 등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4월 13일 광명성 3호-1호기를 발사했다. 발사는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12월 12일 광명성 3호-2호기 발사 성공으로 마무리된다.
북한은 이어 다음해인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시험을 단행했다.
북미2.29합의, 미국의 4.7밀사파견과 북한의 두 번에 걸친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시험은 북한이 핵 미사일 동결에 대한 댓가로 미국에게 대북적대정책의 폐기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들이었다.
북미대결전의 종식 경로로 확정되게 될 ‘핵 동결’ 대 ‘대북정책 폐기’
북한은 3차 핵시험을 하고 난 뒤 곧바로 개헌에 착수,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다. 5월 13일이었다. 북한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에서 북한이 ‘핵 폐기’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폐기해버린 사변적인 날이었다.
2012~2013년 전개된 북미대결전은 결국, 북미대결전 종식경로를 기존의 ‘북한의 핵 폐기’ 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을 ‘북한의 핵 동결’ 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 폐기’로 전환시키는 과정이었다.
‘핵 동결’ 대 ‘대북적대정책 폐기’라는 북미대결전 종식 경로를 보다 확고히 하려는 북한의 주동은 이후 보다 더 강력하게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올 5월 9일 전략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을 꼽을 수 있다.
현대 핵전쟁에서 SLBM만큼 전략적 의의를 갖는 핵무기는 없다. 영국이 핵 군축을 핵 폐기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SLBM를 보유하고 있어서였다.
핵보유국은 비공식 핵보유국까지 합하면 9개 나라이다. 그렇지만 SLBM 보유국은 현재 미 중 러 영 프랑스 5개국에 불과하다. 세계의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올 5월 9일을 세계안보지형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날로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 한 그 날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공포의 균형’이성립되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현실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미가 핵의 최첨단 능력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여전히 북 핵 폐기를 들고 나오는 미국의 요구가 얼마나 비현실이고 심지어는 고리타분한 지를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여준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2일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년 전의 9.19공동성명을 꺼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관계정상화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이 뉴스는 될지언정 외교적 수사조차도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현 시기 북한의 대미 핵 미사일 공세는 북한이 ‘핵 동결’을 가지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려고 벌이는 북미대결전의 핵심전선이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의 본질적 양상 내지는 위상은 ‘핵 동결’ 대 ‘대북적대정책 폐기’인 것이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올 10월을 즈음해 ‘핵 동결’ 대 ‘대북적대정책 폐기’라는 북미대결전의 전선이 그 어느때와는 다른 모양새로 전개되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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