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가 DMZ를 걷는 것을 막다.
<분석과전망>모든 문제에 북핵과 북인권문제를 앞세우는 미국
한반도 평화.
우리민족은 물론 세계가 희망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한반도에 긴장이 쌓일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한반도의 평화가 누구에 의해 그리고 무엇에 의해 가로막히거나 유린되고 마는지를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선명하게 보여주고는 한다.
우리사회의 평화단체들이 해마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는 봄이면 반전평화수호활동을 강력하게 벌이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다.
최근 세계 언론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갈구하는 국제사회의 한 이벤트를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위민 크로스 디엠지(Women Cross DMZ)'가 주관하겠다는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행사가 그것이었다. ‘위민 크로스 디엠지’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비롯하여 30여 명의 국제 여성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져있는 단체다.
"우리는 걸어서 DMZ를 횡단하기 희망한다"
스타이넘이 지난 3월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사 계획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남한과 북한을 가로막은 DMZ를 걸어서 넘으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언론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여성이 그 존재자체로 평화 혹은 안전 등을 상징해서다. 회견에 스타이넘 외에도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미국 영화제작자 애비게일 디즈니, 미국의 퇴역 육군대령인 앤 라이트, 수지 김 미국 럿거스대 교수, 정책분석가로 이 행사를 기획한 크리스틴 안, 정현경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 등명망가들이 대거 참석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NYT는 이날, 1970년대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을 도왔고, 10여 년 전 라이베리아의 잔혹행위를 규탄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분단된 한반도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5월 24일 진행하려고 하는 이 걷기행사에는 1976년과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매과이어와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등 저명 여성운동가들도 참가하게 된다.
그들은 남북한에 승인을 요청한다면서 북한에서는 이미 승인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우리정부에 대해서 승인요청을 한 것은 우리의 실정을 모르고서 한 얘기이다. 그 사안은 우리정부가 승인할 몫이 아니다. 미국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정전위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군인이나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1조 7항에 적시되어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8항에는 유엔군사령관의 허가없이는 군사분계선 이남의 비무장지대 출입이 금지돼있다.
DMZ 횡단에 대해 북한이 승인한 조건에서 이 사업의 성사여부는 이처럼 DMZ관할권을 갖고 있는 또 한측인 미국에 달려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참 지난 4월 13일에야 답을 주었다. 미 국무부를 통해서였다. 북한 여행자제 권고가 그 답이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을 보내 그 같이 밝히며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시민들의 안전과 안녕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속한다"고 했다.
안전문제를 앞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군색하다. 극히 정치적으로 접근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여성운동가들이 행사를 기획한 취지는 좋다"면서도 "그러나 핵과 인권문제 해결이 시급한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북한 평화와 통일을 촉구한다는 명분과 취지는 좋지만, 북한 핵과 인권문제를 해결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작년 한 해만 해도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탄도미사일을 100개 넘게 발사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들고 나오면서 걷기 행사를 반대했다.
걷기행사의 기조와 목표를 달리 설정해야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보수 성향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적시된 북한 인권상황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선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을 한 것이다.
최근 CNN과 '데일리 비스트' 등에 "도보횡단 행사를 한다면 북한 인권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를 희망한다"고 한 수미 테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원의 주장과 같은 기조다.
스타이넘에 대한 공격성 지적까지도 나왔다.
미국 국무부 인권차관보를 지낸 로베르타 코언 북한인권위원회(HRNK) 공동의장이 이 날짜 미국 정치·외교분야 정보지인 넬슨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여성운동을 통해 미국의 존경 받는 아이콘이 된 스타이넘은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날을 세운 것이다.
DMZ관할권을 갖고 있는 미국은 이렇듯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계여성들이 추진하는 걷기행사에 갖은 정치성을 부여해 DMZ걷기 행사를 무산시키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위민 크로스 디엠지‘의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가 DMZ에 흩뿌리려고 했던 평화는 간단하게 살해당하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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