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의 새로운 국면
<분석과전망>중국전문가의 북 핵무기 추정의 의미
북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북미대결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듯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지난 21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해 인공위성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우라늄과 플루토늄 농축 계획을 멈추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야 믿을만한 핵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사일러 특사는 북한이 이 같은 신호를 보이면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당사국들의 의무 이행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도 제시를 했다.
언뜻, 미국이 북한에 핵계획 중단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대화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아니다.
우선,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부로 들어가면 미국의 대북적대성이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것이 확인된다.
북한이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 의무 그리고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자제를 촉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거듭 위반했다면서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비판하고 나선 것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사일러 특사가 세미나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북미회담이 ‘비핵화 외에 다른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사일러 특사가 언급한 ‘비핵화 외에 다른 사안’은 무엇일 것인가?
북한이 최근에 밝힌 핵 관련 입장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인사를 통해 자신의 핵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핵관련 회담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한 핵능력을 더욱 더 고도화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된다.
그러나 그 입장표명에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의 핵문제의 범주를 핵군축 범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읽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확인되는 중국의 북핵 관련 행보는 매우 흥미롭다.
‘북한, 현재 20기의 핵탄두 보유’
중국전문가가 내놓은 견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22일자 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열린 미국과 중국 전문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했다.
미 전문가들이 북한이 현재 10 개에서 16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더 많은 규모다.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내년까지 핵무기 수를 현재의 2 배로 늘릴 수 있다고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 규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핵무기는 사실,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핵무기는 숫자 보다는 보유 자체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놀라워한 것은 중국전문가가 밝힌 북한핵무기의 규모 보다는 중국이 전문가를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북 핵무기 추정치를 공개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미 전문가들이 북한 핵무기 추정 등을 통해 제기하는 북핵위협론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를 긴장시켜야하는 미 행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숙명적으로 복무한다.
미국이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를 긴장시키는 것은 아시아귀환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인 한미일3각안보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기재이다. 미국의 사드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한일안보협력도 추동하려는 데에서 미국은 언제라도 북핵위협을 강조하고는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중국전문가들이 북핵 무기를 추정해 공개한 것은 북핵문제 범주가 북핵위협을 구실로 삼아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를 긴장시키는 미국의 정치공세 범주를 뛰어넘어 사실상, 핵군축문제로 이동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중미 전문가회의에 참석했던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포드대학 교수가 중국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대해 우려한다며, 북한의 행보를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대표되는 대북 핵 위협과 ‘전략적 인내’정책으로 외화된 대북대결정책이 불러온 북핵능력 고도화는 북핵문제를 핵군축 범주로 이동시키는 동력으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당장은 아닐 것이다. 핵군축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지는 전혀 새로운 국면이다.
중국전문가들이 북핵무기 추정치를 공개한 것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대결전이 핵군축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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